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17일 열린 정기 수요시위에서 최근 숨진 위안부 피해자 쉼터 소장의 죽음을 둘러싼 정치권과 언론의 의혹 제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4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일부 정치인이 앞장서고 언론이 판을 키우며, 연구자가 말과 글을 보탠다”며 “원인 규명과 질문을 가장한 각종 예단과 억측, 책임 전가성 비난과 혐오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지지 못하는 말과 글을 그만 쏟아내 주시기 바란다”며 “아집과 편견, 허위사실, 사실관계 왜곡, 교묘한 짜깁기에 기초한 글쓰기를 중단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특히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의 죽음과 관련된 의혹제기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손 소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지 않은 채 고인의 생애를 송두리째 부정하고 폄훼하고 고인의 죽음을 호기심, 볼거리, 정쟁의 사익추구를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인간의 피눈물 나는 삶과 죽음에서 피해자 중심주의, 공감, 주체성이란 말은 허공에 매달려 있다”고 비판했다. 손 소장이 숨진 이후 야당을 중심으로 각종 의혹이 제기와 이에 대한 언론 보도를 꼬집은 것이다.
또 이 이사장은 최근 쉼터를 떠난 길원옥 할머니에 대해선 “(언론이)피해생존자 및 가족과 활동가 사이 갈등을 조장하고 분쟁을 즐기며 살아계신 길원옥 할머니의 명예에 심각한 손상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길 할머니 가족이 길 할머니 통장에 입금된 국가 보조금이 다른 계좌로 빠져나갔다고 주장하며 불거진 의혹에 대해선 해명을 하지 않았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행사를 주관한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들을 비롯해 시민 1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30년 수고 짓밟지 마라’ ‘윤미향 의원님 정의연 사랑합니다’ 등의 팻말을 들며 정의연을 지지했다.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은 수요시위 시작 1시간 전부터 나와 맞불집회를 열었다.
다만 내주부턴 양측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커 보인다. 보수단체들은 최근 종로경찰서에 오는 23일부터 내달 8일까지 정의연이 수요집회를 열던 ‘평화의 소녀상’ 바로 앞자리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르면 중복된 장소에 2개 이상의 단체가 신고할 경우 선착순에 따라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이들은 정의연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지난 5월부터 수요집회가 열리는 평화의 소녀상 앞 자리를 맡기 위해 연일 종로경찰서를 드나든 것으로 알려졌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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