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작업에 과도한 폭약 사용 → 연출 의심
철근 구조로 지어진 4층짜리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붕괴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초. 폭파 순간의 충격파로 100m 근처에 있는 15층짜리 개성공단 지원센터가 훼손됐고 수㎞ 떨어진 접경지역 주민들이 폭발음을 들었을 정도의 강력한 위력이었다. 국내 발파 전문가들은 “군용 폭약을 쓰는 등 철저하게 계획된 폭파였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30년 넘게 발파 작업을 해온 전문가들에게도 충격이었다. 발파 전문업체 비앤티테크놀러지의 박근순 사장은 17일 한국일보 전화 인터뷰에서 “건물을 아예 가루로 만들려는 계획으로 군사용 폭약을 터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산업용 폭약을 쓰면 도심에서 터뜨려도 근처 건물에 충격을 주지 않는다”며 “더 화력이 강력한 군사용 폭약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산업용 폭약은 폭발속도가 초속 4,000~5,500m인 반면 TNTㆍC4 등 군사용 폭약은 7,000~8,000m에 달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폭파를 위해 사전 작업을 했을 것이라고 봤다. 발파공학 박사인 박훈 전북대 자원에너지공학과 겸임교수는 “4층 건물은 낮기 때문에 중력이 덜 작용해 한 번에 부수는 것이 까다롭다”면서 “폭파 이전부터 미리 절단개소를 선정하고 절단을 해놓았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철근 구조물의 경우 콘크리트 건물과 달리 발파 이후에도 철근이 남아있어 사전 절단이 없었다면 완전 붕괴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방부도 폭파 이틀 전 건물에서 철근 절단에 따른 불꽃이 튀는 것을 관측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약을 터뜨린 방식이 일반 발파 방식과는 다르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 사장은 “일반적으로 발파는 기둥에 구멍을 뚫어서 구조를 흔드는 방식으로 무너뜨린다”며 “이번 경우엔 분진이나 옆 건물에 가한 충격으로 봤을 때 고성능 폭약을 기둥 밑에 쌓아 놓고 터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 역시 “주로 군에서 하는 ‘붙이기 발파’ 방식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용된 폭약의 양도 최소 500㎏이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교수는 “유리창이 깨질 정도의 폭풍압은 폭약을 500㎏ 이상 사용해야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일반적인 10층 규모 건물을 발파하는 데 사용하는 폭약의 양은 50~60㎏라고 한다. 박 교수는 “북한군 폭파부대에서 철저한 계산 아래 폭약의 양을 조절해 폭파 장면을 연출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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