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지역 매번 확대에도 ‘핀셋 대책’ 무풍지대 투기 몰려
2월 대책 때도 비규제 지역 급등… 단원구 아파트 매매가 1.93%↑
문재인 정부가 규제지역 확대 등을 포함한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조정대상지역은 69곳으로 불어났으며, 투기과열지구도 48곳에 달한다. 그러나 대책 발표 때마다 규제지역을 넓혀 온 문 정부의 부동산대책 효과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비규제지역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풍선효과’의 부작용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7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일부 자연보전권역과 접경지역 등을 제외한 사실상 수도권 전체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여기에는 대전도 포함됐으며, 충북 청주시도 일부 읍ㆍ면을 제외한 전 지역이 묶였다. 경기 10곳과 인천 3곳, 대전 4곳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효력은 19일부터다.
부동산 규제 대상 지역은 매번 확대되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지역을 짚어내는 이른바 ‘핀셋 규제’ 기조의 영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시중에 유동성이 많고, 특히 경기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개발호재가 상당히 많다”며 “투기수요가 유입 되고 시장이 과열되는 조짐이 보이는 지역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규제 지역을 넓히는 만큼, 매번 풍선효과가 생기는 게 문제다. 실제 지난 2ㆍ21 대책으로 수원시 영통구 등 경기 5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자, 인근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집값이 급등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당시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던 안산시 단원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 기준 전월 대비 1.93%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상승률인 0.16%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번 6ㆍ17 대책도 과거의 패턴과 별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당장 김포시가 대형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규제지역에서 제외된 영향이다. 풍무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A씨는 “대책 발표 직후 4시간여 만에 호가가 3,000만~5,000만원 올라갔고, 1억원까지 오를 것이라며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도 있다”며 “매수 문의도 많아 정신이 없을 지경”이라고 전했다.
‘뒷북 규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전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매달 아파트값이 1% 이상 상승했다. 그간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집값을 안정시키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대해 김흥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면 거래제한 등의 애로사항이 있다”며 “선의의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하기에 조심스러웠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매번 ‘필요시 규제지역 확대’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급등 조짐을 보이면 언제든지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단 뜻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번 대책으로 미비하다고 판단이 되면 언제든지 다양한 제도적 대처방안들을 마련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규제지역 확대가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매번 반복되는 대책은 주택 매수자와 매도자의 내성만 키울 뿐이며, 부작용을 양산한다”며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유동자금이 산업 및 생산자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국가경제 측면에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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