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추구하는 것은 여왕이 더 많은 실크스타킹을 신도록 하는 게 아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가난한 소녀들도 그걸 신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말로 자본주의를 설명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은 창조적 파괴’라는 명언을 남겼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을 목격하며 자본주의의 생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그는 자본주의의 발전과 경제공황 극복을 위해 창조적 파괴를 주창했다. 또한, 5가지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며 기업가가 많은 위험과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창출해 낸 가치로 높은 생산성과 고객의 만족, 새로운 시장 개척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창조적 파괴’처럼, 혁신이란 편하고 안전한 꽃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상식을 벗어나 기존의 틀과 관념을 부수는 과정이다. 따라서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고, 모든 산업에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농업에 ‘파란 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신이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젊은(靑) 생각을 통해 미래 농업을 봐야 한다. 둘째, 알을 깨는 것(破卵), 즉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셋째, 블루오션(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한다. 넷째, 이러한 가치를 통해 우리 농업에 파란(波瀾)을 일으켜야 한다.
한국의 양돈 산업에도 이러한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양돈계의 어벤져스, ‘양돈 마이스터’들이 모였다. 이들은 농업마이스터대학을 졸업하고 각종 시험을 거쳐 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영농경력 15년 이상의 사람들이다. 한국 5,000여 양돈 농가 중 13명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희소하다. 양돈에 관한 전문기술과 컨설팅 자격을 갖춘 이들이 한곳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인 수준의 농업대학인 네덜란드의 와게닝겐대학의 로버트 호스테(Robert Hoste) 연구원은 2019년에 한국 양돈 산업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한국 양돈 산업이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돈 농가들이 경쟁ㆍ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실제로 양돈기술 면에서 우리나라는 유럽의 수준과 격차가 크다. 물론 기후와 환경의 차이로 인해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양돈기술을 평가하는 대표적 잣대인 PSY(어미돼지 한 마리가 1년에 낳는 새끼돼지 마릿수)가 네덜란드는 30마리, 한국은 20마리 수준이다.
이러한 수준 차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한국의 양돈 마이스터 7인이 와게닝겐대학과 협력하여 ‘와게닝겐 마스터 클래스’를 만들었다. 6월부터 1년간 월 1회씩 네덜란드 최고의 양돈 전문가들에게 분야별 원격 컨설팅을 통해 네덜란드의 양돈 사양기술, 동물복지, 질병예방 및 친환경 축산 등의 핵심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또한, 마이스터들이 교육비를 스스로 부담함으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한계를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들은 “한국 양돈 산업이 그동안 더 발전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정보공유에 대한 폐쇄적인 문화 때문”이라며 이번 클래스에서 얻은 노하우를 일반 양돈 농가들과 공유하겠다는 다짐을 드러냈다. 한국 측 교장을 맡은 김창길 전 농촌경제연구원 원장(현 서울대 특임교수)은 “이번 클래스가 양돈 마이스터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한국 양돈의 역량과 지혜를 키우는 혁신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라는 에디슨의 말은 사실 영감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그렇다. 지금 양돈 산업에 필요한 것은 기존의 프레임과 상식이 아닌, 1%의 새로운 영감이다. 이번 양돈 마이스터 7인의 설레는 도전이 양돈 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혁신의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민승규 국립한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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