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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앓는 시베리아… 기름 유출ㆍ산불ㆍ나방떼 ‘3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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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앓는 시베리아… 기름 유출ㆍ산불ㆍ나방떼 ‘3중고’

입력
2020.06.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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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고온에 5월 평균기온 10도 폭증

러시아 시베리아의 노릴스크 지역에 위치한 한 발전소 연료 탱크에서 지난달 29일 디젤유가 대량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북극해로 들어가는 암바르나야강 위에 붉은 기름 띠가 넓게 형성된 모습을 촬영한 위성사진. 노릴스크=AP 연합뉴스
러시아 시베리아의 노릴스크 지역에 위치한 한 발전소 연료 탱크에서 지난달 29일 디젤유가 대량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북극해로 들어가는 암바르나야강 위에 붉은 기름 띠가 넓게 형성된 모습을 촬영한 위성사진. 노릴스크=AP 연합뉴스

극지의 빙하가 녹아 내리고, 만년설이 사라지며, 해수면 상승으로 섬 하나가 통째로 없어진다. 지구온난화로 이미 지구촌의 재앙이 돼버린 기후위기 징후들이다. 이번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경고음이 발신됐다. 이상고온 현상은 잦은 산불과 해충 창궐을 불렀다. 그러자 자생력이 약해진 숲이 자연재해에 다시 무방비로 노출되는, 온난화의 악순환이 그대로 재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를 인용해, 지난달 시베리아 일부 지역의 기온이 예년보다 10도 이상 높았다고 전했다. 단적인 예로 침엽수림이 울창한 차탄가 지역의 낮 기온은 이 맘 때 0도 안팎에 불과했지만 무려 25도까지 치솟았다. 5월이 유독 특이했던 건 아니다. 올 들어 시베리아 기온은 1951~1980년의 평균 수준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숲이 뜨거워지자 재해도 끊이지 않았다. 산불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7월에는 한 달 간 산불이 진화되지 않아 우리나라 면적의 3분의1에 달하는 300만㏊가 소실되기도 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에 따르면 2000~2009년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산불로 매년 300만㏊의 삼림이 사라졌는데, 2010~2019년에는 피해 면적이 두 배로 껑충 뛰었다. 덴마크 기상연구소 마틴 스텐델 연구원은 “지난달 시베리아 이상고온은 기후변화만 아니었다면 10만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높아진 기온은 숲을 황폐화하는 해충이 번성하기 좋은 환경도 만들었다. 러시아 나방 전문가 블라디미르 솔다토프는 AFP통신에 침엽수를 먹이로 삼는 솔나방 등의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나방이 이렇게 크고 빨리 자라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놀라워했다. 온실가스를 흡수해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는 침엽수림이 온난화가 유발한 화재와 해충 피해로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시베리아 노릴스크의 발전소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도 기후변화가 주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연료 탱크가 파손돼 디젤유 2만1,000톤이 인근 강으로 유출됐는데, 시설이 노후화한 영향도 있으나 1년 내내 얼어 있는 탱크 주변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지반이 붕괴됐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구동토층 해빙은 그 자체도 지구온난화의 결과지만 동시에 온난화를 악화시키는 위협 요소가 될 수 있어 더 큰 문제다. 프랑스 사클래대 앙투안 세르주네 지형학 박사는 프랑스24에 “영구동토층에는 현재 대기권의 두 배에 달하는 엄청난 탄소가 묻혀 있다”면서 “이 지층이 녹으면 갇혀있는 탄소들이 방출돼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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