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의 사회지표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국민 비중이 처음으로 줄어드는 등 한국 사회의 '웰빙 지표'가 지난해 일제히 악화됐다. ‘외롭다’는 감정을 느끼는 비중은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자신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인식은 위축됐다. 미세먼지 같은 환경 재난이 겹치면서 건강 및 환경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 가운데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는 응답자 비중은 60.7%로 2018년(63.7%) 대비 3.0%포인트 하락했다. 전년 대비 만족 응답이 줄어든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3년 이후 지난해가 처음이다. 만족 응답 비율은 △2013년 47.3% △2015년 52.9% △2017년 60.2% 등 매년 상승해왔다.
삶의 만족도는 소득 수준에 따라 편차가 컸다.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사람 가운데 삶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41.4%에 불과했던 반면, 600만원 이상 구간에선 67.0%에 달해 모든 소득 구간 중 가장 높았다. 100만~200만원(47.9%), 200만~300만원(54.6%), 300만~400만원(63.2%) 등 다른 소득 구간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성별로는 여성(62.0%)이 남성(59.5%)보다 삶에 만족한다는 답이 많았다.
삶의 만족도가 줄어든 이유는 다른 통계 지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설명된다. 지난해 한국 국민 중 '외롭다'고 느낀다는 응답자는 20.5%, '아무도 나를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16.7%로 전년 대비 각각 4.5%포인트, 5.4%포인트 올랐다. 두 항목 역시 2014년부터 5년 연속 매년 수치가 줄어 왔지만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상승했다. 특히 월 소득 400만원 미만에선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고립감을 더 많이 느끼는 경향을 보여 외로움마저도 경제 수준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하는 업무에 대한 인식도 악화됐다. 지난해 자신이 하는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중은 2018년 대비 4.0%포인트 감소한 63.9%였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3년(56.1%)부터 매년 오르다가 지난해 처음 꺾인 것이다. 연령별로는 60대에서, 소득 수준별로는 저소득층에서 본인 일에 대한 가치 인식이 낮았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18년 기준 기대수명은 82.7년으로 2년 전보다 0.3년 늘었지만, 유병 기간을 제외한 건강수명은 오히려 0.5년 줄어든 64.4년으로 조사됐다. 유병 기간은 2012년 이후 2년 마다 이뤄지는 조사마다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대기질에 대한 만족도는 2018년 기준 28.6%로 2년 전보다 3.1%포인트 하락했으며, 수질 만족도도 3.9%포인트 떨어진 29.3%에 불과했다.
한편, 2018년 처음 실시된 자녀 필요성 인식 조사에서 '결혼 후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중은 69.6%에 불과했다. 특히 13~19세와 20~29세 가운데 결혼 후 자녀가 필요하다는 대답은 각각 46.4%, 51.5%에 불과해 60세 이상(88.2%)과 큰 차이를 보였다. 또 교육 수준이 높을 수록 자식이 필요하다는 답이 적었으며, 여성(66.6%)이 남성(72.6%)보다 자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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