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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수족관이 된 우리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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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수족관이 된 우리 강

입력
2020.06.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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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장마로 바닥이 드러난 강원 원주시 학곡저수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마른 장마로 바닥이 드러난 강원 원주시 학곡저수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가 다가오니 여름을 실감하게 된다. 마스크에 폭염까지 겹쳐 올해는 정말 힘든 여름이 될 것 같다. 비라도 자주 내리면 나을 텐데 올해도 마른장마가 될까 봐 걱정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장마기간 강우량이 크게 줄었다. 지난 6년 동안 한 번도 과거의 평균 강수량 값을 넘지 못했다. 세칭 마른장마라고 부르는 경우가 몇 년 걸러 한번씩은 있었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6년이나 지속되었던 적은 없다.

마른장마가 계속 되면, 누가 가장 힘들까? 아마 폭염에 민감한 어르신들과 쪽방촌과 같이 더위를 피하기 힘든 곳에서 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기후변화로 여름철이 길어지고 기온이 높이진 데다가 비까지 내리지 않으면, 그야말로 여름은 폭염지옥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물공급은 어떻게 될까? 농사짓기 어려워질 것 같지만 풍년이 계속된 지난 몇 년을 보면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는 수자원시설을 워낙 잘 설치해서 웬만한 가뭄에도 물관리에 큰 문제가 없다. 주요 하천 상류마다 대규모 댐이 있고, 전국에 1만 8천여 개에 이르는 저수지가 있다. 물을 대기 위해서 강에 설치한 보가 3만 3,000여 개에 이른다. 거의 1㎞ 마다 보가 하나씩 설치되어 있다. 가뭄이 들면 수백m까지 지하관정을 뚫어서 논밭에 물을 대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의 공급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강수량이 줄어들면 가장 고통을 받는 것은 인간들에게 물을 뺏기는 하천생태계이다. 많은 나라들이 하천생태계의 보전을 위해서 하천의 환경유량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가뭄 때면, 강에서 취수할 수 있는 물의 양을 제한하고 물을 절약하고 재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물 관리 정책에서는 여전히 하천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물을 버려지는 물이라고 본다. 가뭄이 들수록 더 많은 물을 퍼내서 강과 지하수가 큰 영향을 받는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고 하천은 국토의 혈관이다. 하천이 생명력을 잃으면 결국 인간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 최근 한강 하류의 어민들이 주 수익원인 한강하류의 실뱀장어가 사라지고 어획량이 감소했다고 피해조사를 요청했다. 그물을 내리면 물고기 대신에 끈벌레만 잡힌다는 것이었다. 어민들은 상류의 하수처리장에서 내보내는 방류수를 가장 큰 원인으로 의심했다. 연구를 맡았던 전문가들은 당초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기후변화와 4대강 사업으로 수중 생물들의 서식환경이 크게 변한 것이 더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강우량이 감소해서 하천으로 유입되는 유출량이 크게 줄었다. 거기다가 꾸준히 하천 상류에 댐과 저수지를 만들었고, 4대강에는 대형 보를 설치하고 하천바닥을 대대적으로 준설해서 하천 흐름의 역동성이 사라졌다.

지금 우리 강들은 여러 개의 어항들을 연결해 놓은 것 같은 계단식 호소로 변해버렸다. 하천관리청도 강이 아니라 수족관처럼 관리한다. 하천의 유량과 수위는 자연스럽게 변해야 하는데 상류의 댐과 저수지에나 적용해야 할 관리수위와 유지유량이라는 것을 하천 전체에 정해놓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의 대형 보의 경우도 물의 취수가 필요하지 않은 시기까지 관리 수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호소로 변한 하천에서 녹조까지 견뎌야 하는 동식물들에게는 요즘 여름은 폭염지옥 이상일 것이다. 하천의 생명을 살려야 한다. 기후변화로 강우량이 줄어드는 것을 인간이 당장 제어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인간의 과도한 욕심을 줄이고, 자연에 양보해야 한다. 강에서 물을 뽑아 쓸 때 강의 생명을 위해 일정한 제한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 강의 자연성이 회복되고, 홍수터가 살아나고 수중 생태계가 생명이 넘치게 된다. 자연이 살아나면 강은 더 많은 선물을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자연에 양보하고 강의 생명력을 회복하자.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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