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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때 '성착취물 원본' 먼저 없앤다… "2차 피해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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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때 '성착취물 원본' 먼저 없앤다… "2차 피해 막아라"

입력
2020.06.23 22: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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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조사서 '잘라내기식' 압수 도입
원본 삭제 후 복제본만 압수... 판결 전 폐기 가능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올해 3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올해 3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성착취물 영상의 원본을 선제적으로 폐기하는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법원 판결 전에는 원본에 손을 대기 어려웠는데, 이참에 이런 시도들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 나온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팀(팀장 유현정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은 박사방 조사 과정에서  '잘라내기식' 압수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잘라내기식 압수란 성착취물 복제본을 압수해 가면서 원본은 삭제하는 방법을 뜻한다. 검찰은 최근 다른 디지털성범죄 사건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 있다.

그간 디지털성범죄 사건에서 증거물 압수는 일반적인 디지털 증거물과 마찬가지로 저장매체에서 원본 파일을 복제해 간 뒤 원본은 다시 돌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해 왔다. 이 때  원본 파일에 대해서는 피의자가 삭제를 거부하면 추가 유포를 차단할 방법이 없었다.  휴대폰 등에 저장된 증거물은 기기를 압수하는 방법으로나마 가능하지만 저장매체 압수가 불가능한 클라우드 속 증거물은 이마저도 어려웠다. 법원 선고 때 폐기 명령이 내려지기 전까지 피해자들이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박사방 조직도

박사방 조직도



검찰은 이 문제에서 최근 돌파구를 찾았다. 형사소송법상 압수는 증거물 확보 외에 몰수의 목적으로도 할 수 있고 목적 달성을 위해 불가피할 경우 저장매체를 압수해 가는 것도 가능하다. 검찰은 이번에 박사방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서 피의자 허락 없는 원본 삭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고, 법원도 "추후 성착취물로 인정되지 않는 압수물이 나오면 피의자 요구에 따라 복제물을 돌려준다"는 조건으로 이를 인정했다.

이 방법에 따르면 휴대폰 등을 압수할 때는 기존처럼 기기 자체를 압수할지, 2차 피해 위험이 있는 파일 원본을 삭제할지 피의자 선택에 맡길 수 있고, 클라우드 등 기기 압수가 불가능한 경우 즉시 원본 삭제가 가능하다. 

성착취 사건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인 신진희 변호사는 "디지털성범죄는 휴대폰 압수수색 과정 등에 대한 피의자 문제제기로 판결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선택권을 줘 논란을 차단하면서도 2차피해를 막을 길이 열렸다"라며 "특히 클라우드의 경우 삭제를 동의할 주체도 불명확한 어려움이 있었는데 피해자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어 "법적 논란 가능성 등을 살피고 보완해 법제화하는 방향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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