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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군사행동 돌연 보류… 김정은 '전략적 숨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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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군사행동 돌연 보류… 김정은 '전략적 숨고르기'

입력
2020.06.24 11:40
수정
2020.06.24 23:3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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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노동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 주재?
주변 정세 평가 후? 군사행동계획 보류?
北, 최전방 설치한 확성기도 모두 철거?
숨 고르기... 추가 셈법 요구 가능성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24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24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압박 속도전'에 제동을 걸었다. 북한군이 예고했던 군사행동 계획을 일단 보류하라는 지시다. 북한은 즉시 행동에 나서 최전방 대남 확성기도 설치 사흘 만에 모두 철거했다. 4일 김 제1부부장 대북전단 비난 담화 후 20일간 대남 압박 총력전을 펼쳤던 북한이 김 위원장 지시로 전략을 바꾼 것은 장기전에 대비한 속도 조절로 읽힌다. 다만 이날 밤 늦게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담화를 내고 국방부에 경고를 하는 등 이중 엄포 전략도 잊지 않았다. 

 

김정은 "대남군사행동 계획 보류" 지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5차회의 예비회의를 전날 주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신문은 "당 군사위는 최근 정세를 평가하고 총참모부가 제기한 대남군사행동계획들을 보류했다"고 전했다. 앞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경고 담화 이후 9일 남북 연락선 차단,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17일 총참모부의 군사행동계획 예고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온 북한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북한 당국은 대남 압박의 고삐를 늦춘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총참모부는 △금강산ㆍ개성공업지구 군대 전개 △비무장지대(DMZ) 민경초소 진출 △접경지역 군사훈련 △대남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 등 심리전 재개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날 노동신문 보도 후 북한군은 오전부터 접경지역에 설치한 대남 확성기 장비를 모두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매체들은 아예 대남 비난 기사를 삭제하기도 했다. 대외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 메아리 등은 이날 오전 공개했던 대남 비난 기사를 오전 10시 이후엔 삭제했다. 관영매체인 노동신문도 이날 김 위원장 회의 주재 소식 외 대남 비난 기사를 싣지 않았다.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보도를 면밀하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에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TV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에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TV 뉴시스


김정은 '굿 캅' 역할 맡았나?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두고 김 위원장이 '굿 캅'(착한 경찰) 역할을 자처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동생인 김 제1부부장이 대남 압박전을 주도해 남북관계를 긴장으로 몰고 가는 '배드 캅'(나쁜 경찰) 역할을 맡도록 한 뒤 김 위원장은 언제든 대화에 나설 수 있는 '정상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북한식 전략이라는 얘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그 동안 김 제1부부장을 앞세워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는데, 모든 사항이 승인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당 중앙군사위의 권위를 앞세우는 형식으로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최근 정세를 평가하고 보류를 결정했다'고 밝혔는데,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자서전에서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 이면을 폭로하자 국제 여론 추이를 보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 해군 항공모함과 B-52 등 전략자산이 서태평양에 잇따라 전개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철회 아닌 보류... '명분 쌓기' 가능성도?

 그러나 김 위원장이 총참모부의 군사 계획을 기각한 게 아니라 '보류'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대남 압박 기조를 거둬들인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의 '최종 승인' 아래 북한이 언제든 대남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추가 군사 행동을 위해 보다 명확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그동안 "남측의 태도를 지켜보며 차후 처신, 처사 여부에 따라 연속적인 대적행동 강도와 결행 시기를 정하겠다"고 예고해온 만큼, 김 위원장 차원에서도 남측의 상황을 지켜본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 북한이 사상 첫  화상회의와 예비회의라는 이례적 형식을 동원해 속도 조절에 나선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특히 오후 9시 넘어 김영철 부위원장 명의로 "남조선 군부에 주의를 환기시킨다"는 개인 담화도 발표했다. 그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했던 북한의 군사행동 계획 보류 발언을 문제 삼으며 "남조선 국방부의 때없는 실언 탓에 북남관계에서 더 큰 위기 상황이 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협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보류'가 '재고'로 될 때에는 재미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나서 유화책을 내기는 했지만 언제든 강수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이중 경고인 셈이다.

 북한이 당 중앙군사위 본회의에  상정할 주요 군사 정책 토의안을 심의했다고 밝힌 만큼 추가 카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일방 폭파까지 했는데 강경모드를 급선회하면 내부 설득이 어렵게 된다"며 "북한의 의도를 희망적으로만 해석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날 예비회의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져온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참석 사실만 공개한 것도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향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급 발사 시험 도발을 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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