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反인권 코로나 치안실태 고발
유럽 각국이 감염병 확산 억제를 위해 각종 이동제한 조치들을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인종차별적 행태가 만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럽 내 노예제와 식민지배 등 인종주의 역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도 여전히 바뀌지 않은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24일(현지시간) 유럽 12개국의 이동제한 조치 시행 사항을 검토한 결과, 흑인 등 소수인종이 주로 사는 지역에서 검문ㆍ검색을 자주 하거나 과태료를 더 부과하는 등의 인종차별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이 소수인종을 더 가혹하게 대하는 태도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어김없이 재현된 셈이다. 앰네스티는 "이번 팬데믹을 겪으며 '소외, 낙인찍기, 폭력'은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흑인 거주 비율이 높은 프랑스 파리 생드니 지역의 경찰 검문 건수가 프랑스 전국 평균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생드니도 다른 지역과 유사한 수준의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졌지만 경찰들이 유독 '적극적 치안활동'을 한 배경에는 편견이 얽혀있다는 설명이다. 과태료 부과 건수 역시 다른 지역보다 3배나 많았다.
앰네스티는 정부 당국이 코로나19를 예방한다며 이주민들을 상대로 자행한 인권침해 실태도 고발했다. 동유럽 국가인 불가리아와 슬로바키아에서 집시촌 10곳에 열감지 센서가 장착된 무인항공기(드론)를 띄운 게 대표 사례다. 지난달 13일 전국 비상사태가 종료된 후에도 이들을 향한 엄격한 검문ㆍ검색은 계속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같은 현실이 "최근 전 세계를 휩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지적한 문제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만연한 인종적 편견이 소수인종 집단을 잠재적 범죄자, 위법자로 보게 한다는 것이다.
공권력의 인종차별 행태가 논란이 되자 최근 유럽연합(EU) 의회에선 보다 세분화한 현황 파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각국별 관련 사례를 피해자의 인종(혹은 민족)을 기준으로 상세히 나눈 자료부터 수집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한 유럽의회 의원은 "(앰네스티 연구는) 흑인, 집시, 이주민 등이 경찰 폭력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이번 반(反)인종차별 운동을 계기로 구체적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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