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이 수사 결론내기 전 감찰로 고지선점" 해석
총장 거취도 압박하는 다목적 카드... 갈등은 커질 듯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전례 없는 '현직 검사장 직접 감찰'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사실상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불신임의 표현이다. 추 장관이 감찰 카드에 이어 윤 총장을 거칠게 비판하면서 최근 여권에서 흘러나온 '검찰총장 교체론' 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번지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규명해야 하는지는 3월 말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논란이 됐다. 한 검사장이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서울중앙지검장 3차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윤 총장과 손발을 맞춘 최측근이라는 점 때문이다. 4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윤 총장에게 문자메시지로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통보했음에도 윤 총장은 대검 인권부에서 조사하도록 지시했고,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측근 감싸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총장의 '한동훈 감싸기'에 대한 의심은 윤 총장이 관련 사건을 검찰 내 친문 인사로 꼽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수사하도록 하면서 어느 정도 사라지는 듯했다. 수사팀은 채널A 본사와 기자의 휴대폰을 압수수색 한 데 이어, 한 검사장 휴대폰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를 이어나갔다. 검찰 내부에서도 "과잉 수사"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달 들어 채널A 이모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대검과 수사팀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면서 윤 총장에 대한 불신은 다시 커졌다. 수사팀은 이 기자에 대한 영장 청구가 필요하다고 보고했지만 대검 연구관들이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반대한 것이다. 이에 윤 총장이 내외부 법률전문가들에게 기소 여부를 묻기로 하고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했지만, 이 결정을 두고도 여권에서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런 상황에선 어떤 법률가들도 쉽게 기소의견을 못낼 것"이라고 했다.
추 장관이 '현직 검사장 감찰'이라는 초강수를 던진 것은 윤 총장이 측근인사인 한 검사장을 마음대로 처리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자문단 결과로 더이상 수사를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리 감찰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 감찰은 윤 총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추 장관이 이날 공개석상에서 잇따라 윤 총장을 직격하면서 검찰총장 교체론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번지고 있다. 검찰 개혁 업무를 담당했던 한 변호사는 "최측근을 건드려 더이상 윤 총장이 못 버티게 하려는 전략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이번 직접 감찰은 형식상 감찰이라는 옷만 입혔을 뿐이지 실제는 일종의 정치적 투쟁"이라며 "윤 총장을 내보내려는 압박 수단이라는 것 외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윤 총장을 향한 추 장관의 공세가 강해질수록 검찰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불과 며칠 전 추 장관과 윤 총장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협력하라"고 당부했는데도 불구하고 되레 갈등을 키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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