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에 들어간 '두뇌' 맥으로 확장
모바일 중심 생태계 PC까지 품다
"인텔 의존하는 삼성 등과 다른 전략"
22일(현지시간) 열린 애플의 연례 개발자대회(WWDC)에선 예년처럼 새로운 운영체제(OS) 'iOS14'가 주목받았지만, 못지않게 시장의 눈이 집중된 발표가 있었다. 바로 15년간 이어온 인텔과의 '칩 동맹'을 끝낸다는 소식이었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뿐 아니라 '맥' 시리즈로 대표되는 PC까지 자체 설계한 칩을 탑재시킨다고 선언했다. 모바일과 PC를 모두 아우르는 '애플 생태계'를 꾸린다는 포부다.
이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오늘은 맥에 역사적인 날"이라며 "맥을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락인' 전선 PC까지 확대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에는 자체 설계한 칩을 위탁생산해 제품에 넣어왔지만 맥북, 맥에어, 맥프로 등 노트북PC 및 데스크톱PC에는 2005년부터 인텔이 개발한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해 왔다. 앞으로 애플은 '애플실리콘'이라고 이름 붙인 자체 칩을 PC에 넣는다. 애플실리콘 탑재 제품은 올해 말 출시되며 앞으로 2년에 걸쳐 인텔칩을 완전히 대체하게 된다.
애플의 강점은 iOS라는 통일된 운영체제의 역할이 적지 않다. 소비자들에겐 제품 간 상호 호환성을 높여 iOS 안에 머무르게 하고 개발자들은 iOS용 응용 소프트웨어(앱) 개발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식으로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톡톡히 누려 왔다. 이제 그 범위를 맥까지 넓히겠다는 게 애플의 전략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기기와 PC 칩이 다르게 가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데스크톱PC는 전력소모가 크더라도 고성능 칩이 적합하고 스마트폰에는 성능보다는 상대적으로 저전력 칩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모바일용 칩이 빠르게 고성능화 및 저전력화로 나아가면서 애플은 모바일에 넣던 칩의 성능을 대폭 끌어올려 PC에 넣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폰 앱이 맥에서도 끊김 없이
이제 애플 제품 간 통합성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맥과 아이폰, 아이패드가 같은 뇌 구조를 갖추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경험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iOS 구동 최적의 환경이 맥에서도 조성될 것으로 보여, 맥에서 iOS 앱 작동도 가능할 전망이다. 애플의 생태계 장악력이 더욱 강해진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아직 맥에 넣을 정도로 상용 가능한 칩 성능을 보장해야 하고 개발자들의 참여를 끌어내야 하는 등 과제는 남아 있다. 애플은 개발자들을 위해 기존 맥용 앱을 애플실리콘에 맞게 업데이트할 수 있는 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실제 성능은 제품이 나와야 알 수 있지만 여전히 PC 칩은 인텔에 의존하고 있는 삼성, HP 등 경쟁사와는 확실히 독자적인 생태계 노선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에 미치는 영향은
한편 이번 애플의 결정은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 수혜로 이어질 전망이다. 아이폰 칩을 생산 중인 TSMC가 애플실리콘 생산도 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 세계 파운드리 1위인 TSMC(점유율 54.1%ㆍ1분기 기준)를 쫓고 있는 2위 삼성전자(15.9%)의 추격 계획에는 부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애플의 파운드리 수요 증대가 칩 공급원 다양화 전략으로 이어지면 전체적인 파운드리 시장이 커질 수 있어 삼성에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TSMC 생산 물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애플의 일부 물량이나 TSMC 다른 고객사의 일감이 삼성으로 흘러들어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TSMC는 5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3나노 등 최첨단 공정에서 경쟁을 겨루는 거의 유일한 파운드리 기술 보유 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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