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식 규정 어겨도 과태료 50만원에 그쳐... 처분 강화 검토
정부가 50명 이상 상시 급식을 하는 유치원을 대상으로 급식 안전성 전수 점검에 나선다. 경기 안산시 유치원에서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이 집단 발병한 지 10일 만이다. 급식 시설이 식중독 등 감염병의 원인 규명에 필요한 '보존식'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이에 따른 행정 처분도 강화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본부는 26일 경기 안산시 소재 A유치원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증 집단 발병과 관련한 긴급 회의를 개최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긴급 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원인을 면밀히 조사해서 환자 치료를 포함한 관련 조치들이 철저히 이행되도록 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우선 50인 이상 상시 급식을 하는 집단급식소가 설치된 유치원 4,031곳을 전수 점검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통기한 경과 제품 사용 여부, 비위생적 식품 취급 등 식품 안전 전반 사항을 점검해 위생을 소홀히 하는 급식소에 대해 행정처분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유치원이 보존식 규정을 어길 경우 현재 과태료 50만원인 처분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보존식은 식중독 발생 시 원인 규명을 위한 것으로, 유치원 등 급식 시설은 조리ㆍ제공한 식품의 매회 1인분 분량을 영하 18도 이하에서 144시간(만 6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A유치원의 경우 보존식이 일부만 있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시는 해당 유치원을 지난 20일부터 이달 말까지 폐쇄한 상태다.
교육부에 따르면 A유치원 원아와 종사자, 가족 등 접촉자 중 57명이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으로 확진됐고, 이 중 24명(원아 21명, 가족 3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24명 가운데 15명의 환아에서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의심 증상이 발생했고, 투석 치료를 받은 5명 중 1명은 치료를 중단하고 호전 여부를 관찰하고 있다.
현재까지 집단감염의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6일 A유치원에 대한 첫 의심 신고 이후 역학조사를 실시했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조리 종사자를 대상으로 인체 검체를 채취하고 조리 도구, 교실, 화장실 등을 대상으로 환경 검사를 실시했으나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A유치원에서 지난 10~15일 사이 급식으로 제공됐던 보존식 21개를 수거해 검사했지만 여기서도 식중독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식약처와 경기도는 10~12일 A유치원에 납품한 식자재 공급 업체 등에서 보관 중인 돈육, 치즈, 아욱 등 34건을 추가로 수거해 검사 중이다. 오석환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병원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하다"며 "교육부와 교육청, 질본과 식약처 등 관계 기관은 이번 사안에 대한 원인 규명을 위해 철저히 조사하고 되풀이 되지 않도록 예방 관리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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