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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서바이벌 오디션 ‘아이랜드’, 이게 최선입니까?

입력
2020.06.2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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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아이랜드' 첫 방송. 엠넷 제공

엠넷 '아이랜드' 첫 방송. 엠넷 제공


‘프로듀스’ 시리즈의 투표 조작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케이블 채널 엠넷이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제작한 ‘아이랜드(I-LAND)가 26일 공개됐다. 조작 논란을 의식한 듯 시청자 투표나 심사위원 점수로 합격자와 탈락자를 가려내는 기존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벗어나 지원자들이 직접 거수로 등락을 결정하도록 했으나 이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날 방송된 ‘아이랜드’는 아이돌 그룹 데뷔를 준비하는 23명의 지원자를 간단히 소개하는 한편 경기 파주에 세운 대규모 건축물 등 제작비 200억원의 규모를 강조하는 데 집중됐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와 가수 비, 지코 등 프로듀서 3명은 아직까진 관찰자로만 남아 출연자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이랜드의 정원인 12명에 선발될 인원을 정하기 위해 선택된 방식은 지원자들의 거수 투표. 단독 혹은 그룹별로 각자 준비한 공연을 선보인 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손을 들어 과반이 넘을 경우 합격하도록 했다.

첫 방송에선 정원을 4명 초과한 16명이 합격했다. 합격자는 오디션이 치러지는 건물인 ‘아이랜드’ 안에 남고 탈락자는 아이랜드 밖의 ‘그라운드’로 보내졌다. 엠넷 측은 ‘독특한 세계관’을 강조했으나 영화 ‘헝거게임’ 같은 세트나 게임 방식을 채택한 것 외엔 거창하게 내세울 만한 세계관은 보여주지 못했다.

엠넷은 ‘아이랜드’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닌 관찰형 리얼리티 쇼로 부르고 지원자들이 직접 투표하게 하는 등 ‘프로듀스’ 시리즈의 조작 논란에서 최대한 거리를 두려 노력했다. 방송에 앞서 24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도 3인의 프로듀서는 ‘아이랜드’가 ‘프로듀스’ 시리즈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엠넷 '아이랜드' 출연자들. 엠넷 제공

엠넷 '아이랜드' 출연자들. 엠넷 제공


방시혁 대표는 “연습생들이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의 것을 해내는 자발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고, 지코는 “갈등과 경쟁이 아닌 존중과 화합이 바탕이 된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이랜드’가 경쟁과 생존에 방점을 찍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닌 개인의 성장과 지원자 간의 화합을 그리는 관찰 예능이 될지는 의문이다. 우선 첫 방송부터 합격자와 탈락자는 영화 ‘기생충’처럼 계급이 나뉜 듯한 두 개의 공간으로 보내졌다. 시청자나 심사위원이 아닌 지원자가 다른 지원자를 평가해 탈락시키는 방식이 적절치 않다거나 불편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시청자는 "200억원을 들였다는 프로그램에서 무기명 투표도 아닌 눈앞에서 거수 투표를 진행하는 게 적절한가"라고 반문했고, 또 다른 시청자는 “실력을 평가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지 투표 게임, 눈치 게임인지 모르겠다"며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자기보다 실력이 좋은 지원자를 떨어뜨리고 그렇지 않은 지원자를 합격시키려 하는 등 실력 외의 기준에 따라 투표한다면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진행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추후 이어질 '아이랜드'의 서바이벌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첫 방송의 거수 투표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이고, 이러한 방식이 계속 유지될지도 확실치 않다. 

엠넷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아이랜드' 제작진은 시청자가 투표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형진 CJ ENM 상무는 제작발표회에서 “이번에도 글로벌 시청자 투표를 진행할 것”이라며 “다만 평가는 투표뿐 아니라 복합적으로 이뤄지며, 외부 참관인 제도를 운영해 투표 집계 현장을 직접 참관하고 결과 도출 과정을 검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청자 투표 방식과 반영 비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방송된 ‘아이랜드’ 1회는 전국 유료가구 기준(닐슨리서치 집계) tvN 1.3%, 엠넷 0.4%로 나타났다. 지난해 방송된 '프로듀스 X101' 첫 방송 시청률인 1.45%와 비슷한 수준이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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