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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잡는 AI 개발… 인간 대체 아닌 공생 기술 만든다

입력
2020.07.07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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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카메라+AI로 미세먼지 측정 '딥비전스'
강봉수 대표 "기술로 사회적 가치 구현하고파"

[저작권 한국일보] 5월 21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딥비전스 사무실에서 강봉수 대표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대기 이미지로 미세먼지 농도를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정준희 인턴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5월 21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딥비전스 사무실에서 강봉수 대표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대기 이미지로 미세먼지 농도를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정준희 인턴기자.


2018년 5월 KT는 1분 단위로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사물인터넷(IoT) 관측망을 구축해 빅데이터 분석을 거쳐 미세먼지 저감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2019년 1월 삼성전자는 미세먼지 생성 원인부터 기술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미세먼지연구소’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내에 설립했다. 두 회사 모두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자사의 기술과 연구 역량을 투입해 사회적 문제 해결에 일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들도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미세먼지 해결’이란 난제를 풀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 작은 기업이 있다. 스마트폰 한 대만 있으면 미세먼지 농도를 알아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딥비전스’다. 인공지능(AI) 기술인 '딥러닝'과 시각적 정보를 분석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을 다룬다는 뜻의 딥비전스는 스마트폰 응용 소프트웨어(앱) ‘미세찰칵’으로 주목받고 있다. 앱을 깔고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 짧은 영상을 촬영하면 지금 내가 있는 공간의 미세먼지 농도가 판별된다. 대기 이미지만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기술은 세계 최초다.

낙후한 측정방식, AI 만나 탈바꿈

정부가 운영하는 미세먼지 측정소 등에서 쓰는 기존 측정 방식은 △먼지를 포집해 먼지의 무게를 재는 ‘중량법’ △미세먼지에 흡수되는 베타선의 양으로 농도를 측정하는 ‘베타선흡수법’ △빛을 쏴 대기 중에 떠 있는 물질에 의해 빛이 산란하는 정도로 계산하는 ‘광산란법’ 등이다. 

모두 별도의 센서(감지기)가 필요하고 구축 및 유지 보수에 투입해야 하는 자금 부담이 적지 않다. 다만 광산란 센서는 저가형으로도 만들 수 있어 공기청정기에도 흔히 들어가는 센서이지만, 공기청정기가 놓여 있는 부분에 대한 정보만 측정되고 공간의 미세먼지 정보를 알기 힘들다. 정부가 설치하는 미세먼지 측정소도 전국에 570여 개에 불과해 그나마 많이 설치된 서울도 측정소 간 거리가 평균 11㎞에 달하는 점도 한계점이다. 

강봉수 대표는 “미세찰칵 핵심 기술은 소프트웨어 안에 담겨 있다”며 “센서 없이 카메라로 찍는 영상 데이터만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외에 다른 기계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선 가장 우선적으로 촘촘한 미세먼지 수치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정부 측정소는 하나를 설치하고 유지하는 데 2억 원이 들어 무한정 지을 수 없는 반면, 우리 서비스는 앱을 사람들이 쓰면 쓸수록 자동으로 정보가 쌓이는 구조”라고 말했다.

딥비전스 '미세찰칵' 사용법. 딥비전스 제공

딥비전스 '미세찰칵' 사용법. 딥비전스 제공


미세찰칵 앱을 켜면 3초짜리 영상을 찍게 된다. 이 영상의 처음과 끝을 AI가 비교 분석해 미세먼지 농도를 알아낸다. 영상은 1초에 25장 정도의 사진을 찍어 이어 붙이는 개념인데, 3초면 70~80장의 사진이 찍히고 딥비전스가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특수보정을 거치면 첫 장과 마지막 장 사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먼지로 인한 노이즈의 변화가 포착된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이를 기반으로 ‘굿’ ‘노멀’ ‘배드’ ‘베리 배드’ 등 4단계로 미세먼지 농도가 표시된다.

대부분의 비전 AI 기업들은 공장 컨베이어벨트 위로 지나가는 물건들의 불량을 잡아내는 등 비교적 변화 포착이 수월한 작업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반면, 딥비전스는 2017년 창업 당시부터 미세먼지에 집중했다. 강 대표는 “큰 차이를 알아채는 것과 달리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ㆍ100만분의 1m) 이하에 불과하다”며 “아주 미세한 신호를 찾아내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건 앞으로 더 난이도 높은 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딥비전스의 원천 기술은 소프트웨어로 구동되기 때문에 전국의 폐쇄회로(CC)TV 등과 접목하면 곳곳의 미세먼지 측정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딥비전스는 마치 신호등처럼 세워두면 주변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는 ‘에어체커’도 별도 개발했는데 인천시설관리공단, 제주시 등에서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가 설립한 전문연구기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도 딥비전스 기술에 주목해 원격에서 찍은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 고도화 연구를 추진 중이다.

스무 살의 사춘기로 시작된 꿈

불량률을 낮추고 싶은 공장에 기술을 판매해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는 사업모델을 수립할 수 있었는데도 미세먼지 해결을 목표로 잡은 이유를 묻자 강 대표는 “스무 살 때 온 사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람들은 대기업에 취직해서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는 게 행복이라고 하는데 왜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컸다”던 그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학사경고를 두 번 연속 받고는 생각 정리를 위해 베트남으로 떠났다. 강 대표는 “시차가 2시간밖에 안 나는 곳에서 가난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걸 눈으로 보고 주제넘은 고민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며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어 기술을 학술적 연구를 넘어 실용화하기로 했고 뜻이 맞는 창업 멤버들과 회사 비전을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자’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딥비전스는 2019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선정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됐고 같은 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강 대표는 “미세먼지 정보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우리끼리는 ‘미세먼지 소외계층’이라고 부른다”며 “그런 분들이 없도록 편하게 접근하는 기술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술로 충분히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흔히 AI를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기술로 이해하지만 강 대표는 다른 모습의 AI를 꿈꾸고 있다. 그는 “공장에서 불량을 잡아내는 등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을 AI에 맡기면 AI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관점에 그치는 것이지만, 사람이 눈으로 미세먼지를 볼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인간이 할 수 없는 영역을 기술로 풀어가고자 한다”며 “이 산업이 성장하면 충분히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오히려 기술로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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