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수호'... 정치적으로 밀리면 안된다는 절박감
경제 손실 견딜 만... 미국도 보복 꺼내면 손해 막대
시위 장기화로 홍콩 여론도 느슨... 30일 통과 유력
"중국의 분열을 시도하면 뼛가루만 남을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해 10월 13일 발언이다. 보름 뒤 중국 공산당은 19기 중앙위원회 4차 회의(4중전회)를 열고 "홍콩 특별행정구가 국가안전을 수호할 법률과 집행기제를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이 본궤도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홍콩 정부의 보안법 제정은 2003년 시위대 55만명의 반대에 막혀 좌절됐지만, 17년만에 전면에 나선 중국은 거침이 없다. 지난달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초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30일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보안법을 최종 가결할 전망이다. 관영 환구시보는 29일 회의 참석자 발언을 인용해 "30일 법이 통과될 확률은 99.9% 이상"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밀어붙이는 데에는 정치적 이유가 크다. 이른바 '핵심이익'이 훼손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지난해 6월 9일 103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송환법 반대 시위 이후 홍콩 민주진영은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를 부정하고 외세를 끌어들여 중국 주권에 정면 도전하는 것으로 비쳐졌다. 이후 1년간 시위대 8,981명이 체포됐지만 지난해 11월 민주진영은 입법의원(우리의 구의원) 선거에서 의석의 85%를 석권한 데 이어 올해 9월 입법회(우리의 국회) 선거 압승을 향해 기세를 올릴 참이다.
무엇보다 홍콩보안법은 미국과의 '힘 대결'이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홍콩인권법' 제정 이후 부쩍 홍콩의 자치권을 거론하며 비자 발급 제한, 자산 동결 등 중국을 향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겨우 봉합한 무역전쟁과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등을 놓고 이미 정면충돌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절대 밀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상당하다.
반면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더라도 중국은 경제적으로 치명타를 입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가령 지난해 홍콩의 대미 수출액은 3,040억홍콩달러(약 47조원)로 전체 수출의 7.62%에 그쳤다. 그나마 이 중 76.7%는 중국 본토에서 홍콩을 경유한 수출이어서 추가관세가 부과되는 만큼 관세 혜택을 받는 홍콩 제품의 대미 수출은 전체의 1.21%(약 5,687억원)에 불과하다.
사실 미국도 보복 조치에 있어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은 홍콩에 자국민 8만5,000명, 기업 1,300개, 지역본부와 사무소 700개가 진출해 있다. 홍콩은 지난 10년간 가장 큰 무역흑자를 기록한 파트너이기도 하다. 섣불리 관계를 끊기 어려운 알짜배기인 셈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국이 홍콩에서 어부지리를 얻으려다 상처만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에 몰렸던 헤지펀드 자금이 올 들어서만 310억달러(약 37조원) 넘게 빠져나가 70% 수준으로 쪼그라드는 등 헥시트(Hexitㆍ홍콩 이탈) 조짐이 속속 나타나는 건 불안요인이다. 물론 홍콩의 금융자금은 1조달러(약 1,199조원)에 달하고 환율도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아직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장기간 시위에 대한 피로감과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부담이 가중되면서 홍콩 내 여론이 점차 나뉘는 건 중국 입장에서 호재다. 중국 매체들은 "홍콩인 750만명 가운데 300만명이 보안법 찬성에 서명했다"고 주장한다. 홍콩연구협회의 지난달 여론조사에선 찬성과 반대가 각각 52%, 4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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