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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방대법, 낙태 시술 제한법 제동… 또 보수에 물먹인 로버츠 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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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방대법, 낙태 시술 제한법 제동… 또 보수에 물먹인 로버츠 대법원장

입력
2020.06.30 08:53
수정
2020.06.30 19: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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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미국 연방대법원 앞에서 낙태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 EPA 연합뉴스

29일 미국 연방대법원 앞에서 낙태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 EPA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중단(낙태) 시술을 제한하는 루이지애나주(州) 법에 제동을 걸었다. 보수성향으로 평가받는 연방대법원이 최근 들어서만 성소수자의 직장 내 차별 금지, 불법체류 아동 추방유예 인정 등에 이어 또 다시 진보진영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보수성향 대법관 2명을 지명해 보수 우위 구도를 만들었지만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계속된 이탈로 보수진영은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다. 

연방대법원은 29일(현지시간) 인근 48㎞ 내 병원에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는 '입원 특권'을 가진 의사만 낙태 시술을 할 수 있게 한 루이지애나 법이 헌법상 여성의 선택권ㆍ건강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대부분의 낙태 클리닉이 인근 병원에 입원 특권을 신청하더라도 거부당하는 게 현실이어서 낙태 옹호론자들은 '입원 특권'을 이용한 낙태 제한이라고  주장해왔다. 실제 루이지애나에서 입원 특권을 허가받은 낙태 클리닉 의사는 1명뿐이다. 대법원은 "루이지애나 법은 여성이 임신중단에 접근하기 어렵게 했고 여성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2016년 거의 동일한 내용의 텍사스법에 대해서도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이 관심을 모은 건  2016년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2명의 보수성향 대법관이 추가되면서 연방대법원의 구성이 5대 4로 보수 우위였기 때문이다.  보수 지역의 주정부는 트럼프 시대 대법원에서 낙태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기대로 기존 대법원 판결에 어긋나는 법률을 제정해 연방대법원의 뒤집기 판결을 기대해왔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오히려 5대 4로 진보 측에 승리를 안겼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진보 쪽에 가세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성소수자 고용 차별 금지 판결 등 최근 잇따라 진보성향 대법관들과 입장이 같이 해온 데 이어 한번 더 보수 측에 일격을 가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2016년 텍사스법에 대해선 합헌 판결을 내렸음에도 기존 판례를 존중하는 '선례 구속의 원칙'에 따라 위헌 판결에 동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선례에 대한 로버트 대법관의 헌신이 루이지애나 법을 침몰시켰다"고 평가했다. 반면 보수진영에선 "또 다시 정치적 줄타기를 하고 있다"(테트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대법원 판결이 산모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을 모두 평가절하했다"고 비판했다. 

진보진영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1973년 낙태권을 인정한 역사적인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 위한 보수진영의 소송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로버츠 대법원장은 "루이지애나 법이 여성의 낙태권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진보성향 대법관들과 달리 "오늘의 문제는 여성 건강권이 아니라 기존 판례를 고수할 지 여부"라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상 낙태권 자체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지 않은 셈이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이번 판결로 11월 대선에서 낙태 문제는 더 시급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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