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CNG충전소에 너비 30m, 길이 4m 독도 벽화
일본 압박으로 '아름다운 섬 독도'라고만 적어
안만오 충전소 대표, 인니에 CNG버스 최초 보급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도 독도가 있다. 너비 약 30m, 높이 4m 거대한 벽에는 각기 다른 방향에서 바라본 세 가지 독도가 넘실대는 짙푸른 동해와 함께 그려져 있다. 세월에 바래 곳곳이 상처투성이지만 동도와 서도의 웅장한 자태는 여전히 시선을 잡아 끈다.
자카르타에서, 어쩌면 인도네시아 전체에서 유일한 독도 벽화는 남부자카르타 도심 맘팡 지역 한 압축천연가스(CNG)충전소에 있다. CNG를 채우려는 택시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옆면 벽 전체가 독도와 동해로 채워져 있다. 2012년부터 같은 자리에 존재했지만 택시 기사들은 대개 독도가 어느 나라 섬인지 알지 못했다. "대한민국 땅"이라고 알려준 뒤에야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흔히 독도를 가리키는 표어 '독도는 우리(대한민국) 땅' 대신 '아름다운 섬 독도(Beautiful Island Dok Do)'라고만 적혀 있다. 벽화의 주인을 만난 뒤 의문이 풀렸다.
안만오(57) 맘팡CNG충전소 대표는 "원래 '독도는 대한민국 땅'이라고 적으려고 했으나 벽화 자체를 반대하는 민원이 이상한 경로로 하도 많이 들어와서 욕심을 접고 부드럽게라도 현지인에게 독도를 알리자는 취지로 현재 문구를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원은 현지인을 통해 들어왔지만 사실은 모두 일본 쪽 압박"이라고 했다.
충전소 벽에 안 대표가 굳이 독도 벽화를 그린 까닭이 있다. 그는 "1992년 주재원으로 온 뒤 인도네시아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부딪힌 일본의 위세 때문"이라고 했다. 일본은 인도네시아와 1958년 외교 관계를 맺었다. 1973년 인도네시아와 수교한 우리나라보다 현지 진출이 최소 15년이나 빨랐다는 얘기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98%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일본 자동차의 아성(牙城)'이다. 대형 프로젝트에 일본 입김이 개입해 우리 기업이 낭패를 봤다는 얘기가 종종 들릴 정도다.
안 대표는 "충전소를 시작할 즈음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행태가 너무 심해져서 방법을 고민하다가 지인에게 받은 독도 사진들을 벽에 그릴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인에게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문구를 바꾼 게 늘 아쉽다"고 덧붙였다. "가끔 교민들이 주유하러 왔다가 벽화의 사연을 직원들에게 묻기도 하고, 북한 대사관 직원들도 관심을 보이다가 단골손님이 됐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인도네시아에 최초로 CNG버스를 보급했다. 그는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한국에서 CNG버스 도입 등 대중교통 전환기가 온 걸 염두에 두고 대우버스에서 본보기 두 대를 들여와 여기 사양에 맞춰 개조한 뒤 트랜스자카르타(자카르타 시내버스 회사)에 공급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CNG버스를 현지에 500대 넘게 팔았다. 현재 트랜스자카르타의 버스 종류는 CNG가 절반, 디젤이 절반 정도다. 안 대표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전기버스 도입 방침에 따라 전기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일본 외무성 산하 일본국제문제연구소는 1905년 이전부터 일본인이 독도에서 조업했다는 증언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며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또다시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안 대표는 "색이 바래고 여기저기 떨어져 나가 새로 칠을 하고 싶으나 또 말들이 나올까 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속상해 했다. 그렇게 독도는 자카르타 도심에 10년 가까이 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