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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검색요원 정규직 되면 인국공 주머니 사정 나빠진다?

입력
2020.07.02 07:00
수정
2020.07.0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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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3.7% 인상에도 공사 측 "추가 비용 발생 없다"
용역업체 가던 예산, 직원 몫으로 돌리기 가능해져?
공항노조 "인건비 말고 운영비는 생각 않나"

인천국제공항 직원들이 1일 상주직원 전용 출입문으로 출입을 하고 있다. 뉴스1

인천국제공항 직원들이 1일 상주직원 전용 출입문으로 출입을 하고 있다. 뉴스1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포함해 총 2,143명의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사의 재정건전성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는데요. 전환 대상자가 올해 1분기 기준 공사 기존 정규직 인원인 1,700여명보다 많죠. 기존 규모의 두배 이상으로 몸집이 커지면서 들어갈 추가 비용과 이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정규직으로 공사에 직접 고용돼 청원경찰이 될 보안검색요원들은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이었을 때에 비해 임금이 3.7% 인상되고,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복리후생을 받게 되는데요. 연봉은 3,850만원으로, 복리후생비 405만원을 포함하면 세전 4,255만원이 됩니다. 단순히 보안검색요원들의 처우로만 봤을 때는 임금과 복리후생을 추가로 받게되니 공사에서 들어가는 고정인건비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것은 '총액인건비 제도'입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은 총액인건비 제도를 준수해야 하죠. 인력 정원과 임금·수당 등을 기획재정부의 승인 아래 정해진 총액 예산 안에서 운용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렇듯 한정된 인건비 내에서 본래 직원들 수보다 많은 이번 정규직 전환대상자들에게 인상된 임금과 복리후생을 제공하다 보면 비용이 증가해 향후 신규채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죠.

보안검색요원 임금은 3.7% 오르는데 공사 "추가 비용 없어"…어떻게 가능할까?

인천국제공항공사 출국장 직원출입문으로 지난달 29일 보안요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 출국장 직원출입문으로 지난달 29일 보안요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그러나 공사 측은 이번 전환으로 공사에서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사실상 없어 재정이 악화될 일이 없고, 기존의 일반직 직원들과는 직렬이 다르므로 신규채용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인데요. 공사 관계자는 1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공사에서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없다"라면서 "여객보안검색, 공항소방대, 야생동물통제는 기존 사무직, 기술 등 분야와 업무 성격이 달라 신규채용 인원과 관계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직원 수가 늘어나고 이들이 이전보다 3.7% 인상한 임금과 복리후생비를 받게 되는데 어떻게 추가 비용이 없을 수 있을까요? 공사 관계자는 "이제까지 공사는 협력업체에 보안검색요원 용역비를 냈고, 보안검색요원들은 그 협력업체로부터 임금을 받았다"라며 "보안검색요원들이 그동안 받은 임금은 공사가 낸 용역비에서 행정직원 관리비와 주주 이익을 위한 마진 등 업체 측의 몫을 제외한 결과였던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협력업체를 중간에 끼우며 발생했던 이른바 '수수료' 성격의 금액을 직접 고용하면서 직원들에게 돌려줄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그는 "이번 직고용으로 협력업체에서 가져갔던 몫이 새지 않고 연봉에 포함되니 직원들의 임금은 오르지만, 공사 입장에선 협력업체에 책정했던 비용과 직고용 직원들에게 지급하게 될 비용에 차이가 없고 비정규직 비율을 줄여 고용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니 '윈윈(Win-win)'"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인건비와 용역비는 비용 분류가 애초에 다른데 총액인건비와는 관계가 없는 걸까요? 공사 측에서는 "그동안 용역비로 따로 분류하던 금액을 인건비로 재편성할 예정으로, 이 문제 또한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공사에서 나가는 비용은 똑같고 보안검색을 위해 사용해왔던 기존의 '용역비' 명목만 '인건비'로 이름표를 바꾸면서 총액인건비 자체를 증액하겠다는 것이죠.

임금 추가비용 없다지만…공항노조 "운영비는? 기재부가 신규채용 승인하겠나"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장기호 노조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청와대 앞에서 일방적인 정규직화 추진을 '인국공 사태'로 규정하고 이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준희 인턴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장기호 노조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청와대 앞에서 일방적인 정규직화 추진을 '인국공 사태'로 규정하고 이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준희 인턴기자

그러나 공사의 해명에도 정규직 노조 측은 여전히 이번 정규직화에 따른 재정건전성 문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공항노조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으로 임금에서 추가 비용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부분은 회사 측 설명이 맞다"라면서도 "다만 인력운용에 사용되는 비용 중 임금은 50%를 차지할 뿐 나머지 50% 운영비에 대한 언급은 없는데 청원경찰이 들어오면서 교육비, 피복비 등 지속적으로 지급하게 될 비용도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공사 측에서는 "피복비 등은 복리후생비로 인건비에 포함이 될 것이고 교육비 등은 본래 용역비에도 있던 부분인데, 인건비는 아니더라도 다른 명목으로 분류해 포함할 예정"이라며 "협력업체에 제공하던 비용에 비해 직고용으로 인해 전환 대상자당 8만원 정도 지출이 증가하는 부분은 있지만 결국 공사가 책정하는 비용 총액에 큰 차이는 없다는 뜻"이라고 재반박했는데요.

공항노조 측은 신규채용 관련성에 대해서도 "모든 공기업은 기재부에 직원 정원을 승인 받아야 한다"라며 "당장은 다른 직렬 신규채용 TO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앞으로 신규채용이 줄어들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주장했어요. 이들은 "기존 1,700여명이었던 조직이 일순간에 2,100여명이 늘어 3,800여명이 되는데, 기재부에서는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중시하고 지출을 삭감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신규채용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고, 정권이 바뀔 경우 과거 이명박정부 때처럼 오히려 비대화된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야기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이용객이 줄면서 현재 공사가 적자 위기에 있다는 점도 상기했는데요. 공사는 2001년 개항 후 매년 항공수요가 늘면서 2004년부터 2019년까지 16년 동안 흑자를 내왔죠. 지난해에는 영업이익만 1조2,886억원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로 이용객이 80% 가까이 줄면서 올해는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3월에는 구본환 사장이 나서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포했죠.

이와 관련해서도 공항노조 측에서는 "1조원 흑자가 3,200억원 적자로 전환될 위기에 놓인 기업이 기존 직원보다 더 많은 직원을 일시에 채용한다는 게 상식적인 경영행위는 아니라고 본다"라며 "이번 전환자들이 직원 중 가장 많은 인원을 차지해 제1노조가 될 수 있는데 연봉 인상 및 일반직 전환을 요구할 경우 추후 비용이 더 늘 수 있다"라고 경고했어요.

고용안정성을 위한 '비정규직 제로화(0)' 추진으로 불거진 인국공의 재정건전성 논란을 둘러싼 주장과 사실들을 살펴봤는데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현명한 방법, 과연 찾아낼 수 있을까요.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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