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수업 더 늘리는 교육부 방침
대학에 이득, 학생들은 수업질 떨어져
등록금 반환 요구 상황에 기름 부을듯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시적으로 풀었던 대학 원격수업 비중 20% 제한을 없애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대학교육이 일대 변혁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론상 일반대학에서도 온라인으로 학사나 석사학위를 딸 수 있어 대학 혁신의 도약이 될 수도 있지만, 대학 간 양극화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더욱이 1학기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로 대학생들이 등록금 반환 소송을 시작한 마당에 이들에 대한 의견수렴 없이 규제를 푼다고 밝혀 논란이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학생보다 대학에 이득이 되는 정책방향을 내놓은 교육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 단독으로 상한제 완전 폐지 가능
교육부는 2일 31개 대학 총장이 참석한 ‘포스트 코로나 교육 대전환을 위한 3차 대화’에서 현행 20%로 제한한 일반대학의 원격수업 과목개설 비율을 대학 자율로 맡기겠다고 밝혔다. 원격수업 비율이 늘어나는 만큼 △교지△교사△교원△수익용 기본 재산 등 대학을 설립·운영하기 위해 요구되는 요건도 재정비한다. 교육부는 당장 내년 1학기 시행을 목표로 제도정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3일 “규제가 지침서 격인 ‘일반 대학의 원격수업운영 기준’에 명시된 만큼, 관련 훈령을 재·개정하는 수준에서 제도정비가 가능하다. 대학 등 의견수렴을 거쳐 구체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성균관대학은 당장 2학기부터 온라인교육을 대폭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온라인 교육 비중을 늘리면서 비게 되는 강의실을 새 학습 공간으로 쓰는 방안, 학생들의 학습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홍규 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원격수업 상한선은 애초에 없던 규제”라며 “2017년 감사원 감사에서 일부 대학이 원격강의로 수업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와 제도 개선 권고를 받아 고등교육법이 바뀌면서 지침이 생긴 것인데 실익이 없어 원래대로 돌아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상한선 폐지되면 최대 50% 인강 시대 예상
하지만 학생들은 같은 등록금을 내고 온라인 교육을 더 들어야 한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최한길 고려대 등록금 문제 공동대응 특별위원장은 “교육부나 대학은 몇 년 안에 이 정책이 정착되면 괜찮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짧게는 3년 반 만에 졸업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대학생활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구성원들과 합의 없이 일단 정책을 시행하고 문제가 되면 고치겠다는 태도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원격교육만으로 지금의 대학 대면교육의 질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김갑수 서울교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대학 역량에서 당장 100% 원격교육이 가능하다. 다만 대학교육은 지식전달에 토론과 실습이 더해져야 하는 만큼, 원격교육만으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원격수업이 정보지식 등 일부 교육에서 효과적이지만, 대학이 대학이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교육이 절대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세계적 온라인대학인 미네르바스쿨부터 국내 대다수 사이버대학도 IT 등 기술계통에 특화돼있다. 김 교수는 “원격수업 상한선이 폐지되면 내실 있는 중소 사립대가 앞서 투자할 수 있다. 이런 학교들의 경우 원격수업 개설 비율이 최대 50%까지도 갈 수 있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강사법 시행과 맞물려 비정규직 교원들의 대량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격수업 상한선이 폐지되고 대학간 공동 교육과정 개설도 가능해지면 대형강의가 획기적으로 늘면서 비정규직 교수가 무더기로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희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입시업계의 ‘인강(인터넷 강의) 스타 강사’에게 강사 인건비 대부분이 몰리는 문제가 대학사회로 옮길 수 있다. 재정이 부족한 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늘려 인건비를 줄일 가능성도 있다”면서 “정부가 여러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상한선 폐지부터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부익부 빈익빈에 대책 있어야
초기 인프라·재교육 투자 비용이 큰 만큼, 교육부의 이번 결정이 대학 간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 시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황희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방대 보다 서울 주요대에 학점 교류 신청이 많아지면서, 이들 학교의 학생이 늘어날 것”이라며 “대학간 공동 교육프로그램 개설, 초기 인프라 투자 등 여러 측면에서 대학간 격차를 야기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배상훈 교수는 “의도치 않게 디지털 전환(정책)이 대학 양극화를 조장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지역 대학 학생들의 학습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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