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만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와 지식을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는 세상이다. 전 세계 인터넷 검색엔진의 92%를 독차지하고 있는 구글의 이름을 딴 ‘구글링(Googling)’이라는 말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다’는 뜻의 신조어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단순히 검색한다는 행위에서 더 나아가 ‘검색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기술과 능력’을 뜻하는 ‘구글푸(Google-fu)’라는 말이 IT업계를 중심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 마치 중국 권법인 쿵푸(Kungfu)에 대한 실력과 조예가 제각각이듯, 규모조차 가늠하기 힘든 방대한 인터넷에서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활용하는 속도와 역량도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특히 개발자나 엔지니어, 데이터분석가 등 IT업계 종사자들에게 있어 구글푸는 업무 역량과 직결된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들은 여러가지를 혼합하여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또 각각의 언어들이 수시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필요한 모든 코드를 머릿속에 암기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는 법(Learning to learn)’을 익히고 연마하여 구글푸의 고수가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인기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선, 자바스크립트, 자바, C# 등은 모두 구글 검색만으로도 코딩 문제를 금방 해결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스택오버플로(Stackoverflow)와 같은 개발자 전용 질의응답 사이트나 개발자 커뮤니티 등을 활용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좋은 답변과 질문을 많이 올려 명성이 높아지면 필요할 때 빠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소통에 능한 경쟁력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구글푸의 고수가 된다는 것은 빠르고 정확한 검색 능력뿐 아니라 검색 결과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능력, 그리고 이를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응용력과 함께 협업 및 소통 능력까지도 갖춘 미래 인재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앞으로는 매뉴얼을 외우거나 몸에 익히는 방식으로 수행되던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들은 업종을 막론하고 인공지능과 로봇, 그리고 자동화로 대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암기보다는 검색하고 활용하는 역량들을 개발하고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미국, 핀란드, 호주, 캐나다 등 교육 선진국에서는 기존의 획일적 암기형 교육제도를 학생 중심의 능동적 혁신 교육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포스트코로나 시대 미래 교육’으로의 대전환을 외치며 논의를 계속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묘안을 내놓지 못한 채 온라인에서조차 기존의 수업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문제는 학교 교육과 미래 일자리 역량의 괴리로 인한 이중고와 스트레스를 우리 학생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시험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하는 한국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이며,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비판적 사고력 교육에서도 전 세계 82위라는 부끄러운 결과를 받았다. 또한 IT강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학교 내 디지털 기기 활용도는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하위원을 맴돌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대학진학률 70%로 세계 1위를 기록하는 한국 대졸자의 절반 이상은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택하고 있으며, 미래 업무 역량은 전 세계 59위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150년 간 지속된 주입식 교육과 암기식 평가의 시대가 끝나고 있음은 자명한 현실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수동적 암기왕을 키우는 것이 아닌, 고도의 문제 해결 능력과 능동적 학습 능력을 갖춘 구글푸 고수를 길러낼 수 있도록 교육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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