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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ㆍ주민 동의 없이 또… 정부, 용인 호텔 두 곳 자가격리 시설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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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자체ㆍ주민 동의 없이 또… 정부, 용인 호텔 두 곳 자가격리 시설 지정

입력
2020.07.06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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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마을 한복판, 실사 안 해" 분노
호텔측 "위로금 1인당 5만원 주겠다"?
주민들 "우리가 5만원 줄테니 폐쇄를"


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전대리 라마다 용인호텔 앞에서 주민 및 상인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임명수 기자?

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전대리 라마다 용인호텔 앞에서 주민 및 상인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임명수 기자?

정부가 경기 용인시의 한 호텔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수용시설로 지정하면서, 해당 지자제는 물론 지역주민들의 사전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  반발을 사고 있다. 용인시 측은  정부의 격리시설 지정 사실을 불과 이틀 앞둔 지난달 9일  통보받자 공식 항의 및 유감 표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정부는 3월에도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내외국인들의 수용시설로 경기 이천시 국방어학원을 지정할 당시 인근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아 홍역을 치른 바 있다. 

5일 오후 2시 경기 용인시 전대리 라마다 용인호텔과 골든튤립호텔 앞. 전대리 주민과 상인 20여 명이 "정부가 해외 입국자 수용시설로 두 호텔을 일방적으로 지정, 지역상권 붕괴와 주민 불안을 가중시켰다"며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들은 호텔 앞은 물론 마을 곳곳에 ‘중앙대책본부는 전대리 외국인 격리시설을 즉각 폐쇄하라. 라마다·골든튤립 호텔은 외국인 격리시설을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지난달 27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전대리 라마다 용인호텔 앞에서 주민 및 상인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전대리 상인회 제공

지난달 27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전대리 라마다 용인호텔 앞에서 주민 및 상인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전대리 상인회 제공


차기천 비상대책위 상인대표는 “호텔이 관광객 실종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은 알지만 자신의 수익보전을 위해 지역주민과 상인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격리시설을 신청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더욱이 정부는 호텔이 마을 한복판에 있는데 현장 실사도 안하고 이를 승인해줘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정부는 지난달 초 용인 라마다호텔과 골든튤립호텔 등 2곳과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수용시설 계약을 체결, 지난달 11일부터 14일간 자가격리 시키고 있다. 이날 현재 라마다 호텔에만 340명이 수용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두 호텔 외에도 해외입국자 전용 자가격리 시설로 계약한 곳이 전국에 17곳, 이중 수도권에만 8곳이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주민들의 주장처럼 이들 두 호텔이 마을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나란히 붙은 라마다·골든튤립 호텔 정문 맞은편에는 건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OO어린이집’이 위치해 있다. 정문에서 불과 50m도 채 되지 않는다.

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전대리 라마다 용인호텔? 앞에? 위치한 어린이집. 어린이집 뒤쪽으로 라마다 호텔이 보인다. 임명수 기자

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전대리 라마다 용인호텔? 앞에? 위치한 어린이집. 어린이집 뒤쪽으로 라마다 호텔이 보인다. 임명수 기자


또 라마다호텔 뒤쪽 폐기물처리장(확진자 발생시 이동하는 통로ㆍ레드라인)은 1층은 상가, 2~4층은 가정집인 건물과 맞닿아 있다. 지난 4일 오후 7시쯤 고열의 환자가 발생, 구급차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1층 호프집 앞에 있던 시민 10여 명이 놀라 도망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1층 호프집 박철종 사장은 “어제 잠깐 흡연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방역복을 입은 2명이 검은색 마스크를 쓴 사람에게 소독약을 뿌리며 구급차에 태우는 모습을 보고 도망갔다”며 “불과 10m 앞에서 그 광경을 봤는데 누가 안 도망가겠느냐. 이건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비대위 주민대표 이민수씨는 “주민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수용된 외국인들이 창문을 열어 침을 뱉고, 담배를 피운 뒤 꽁초를 버리는데도 단속도 안 한다”며 “특히 호텔 측에서 주민 위로금 명목으로 ‘1인당 5만원’을 준다는데 ‘우리가 1인당 5만원씩 걷어 줄 테니 제발 시설을 폐쇄해 달라’고 오히려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격리시설 즉각 폐쇄 △6일부터 외국인 수용 금지 △인근 대기업 연수원 등으로의 이전 △현재 이뤄지고 있는 자가격리자 퇴원 일정 등 공개 △방역관리 철저 등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라마다 호텔이 격리 중인 한 외국인이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고 있다. 주민들은 이들이 침도 뱉는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대리 주민제공

라마다 호텔이 격리 중인 한 외국인이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고 있다. 주민들은 이들이 침도 뱉는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대리 주민제공


예정규 전대리 주민자치위원은 “주민들도 처음엔 반발했다가 ‘정부 정책이니 받아들이자’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시설 사용 계약을 8월말에서 3개월 추가 연장 소문이 나면서 돌아선 것”이라며 “더욱이 유증상 환자가 나와  폐쇄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달 11일부터 수용시설로 사용 중인 것은 맞지만 사전에 주민에게 통보했는지 등은 알 수 없다”며 “(격리자 등에게) 창문을 열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일부 외국인들이 답답한 마음에 그러는 것 같아 주의를 주겠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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