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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찍어 재정 지원' 중앙은행 금기에 도전하는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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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찍어 재정 지원' 중앙은행 금기에 도전하는 인도네시아

입력
2020.07.07 01: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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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가치 하락 우려 불구 싼 값에 국채 매입 예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본부 외벽에 로고가 붙어 있다. 자카르타=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본부 외벽에 로고가 붙어 있다. 자카르타=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인한 파격적인 경기부양 조치 행렬 속에서도 세계 중앙은행들이 마지막으로 남겨 놓은 '금기'는 바로 ‘부채(재정)의 화폐화(monetization)’다. 중앙은행이 찍은 돈으로 곧장 국채를 매입해 정부 재정을 불리는 것인데, 급기야 이 마지막 금기까지 무너질 기세다. 극단적 실험의 선두에는 주요국도 아닌 신흥국 인도네시아가 섰다.

6일 금융권과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정부가 하반기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발행하려는 900조루피아(약 74조원) 규모의 국채 가운데 절반을 넘는 574조루피아(약 47조원) 어치 국채를 제로금리 혹은 시장금리 이하로 매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발행되는 국채를 특별한 조건으로 곧장 사들이려는 이유는 이미 유동성 포화 상태인 시장이 추가 발행 국채를 소화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상반기에만 630조루피아 이상의 국채를 발행했고,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발행시장에서 30조, 유통시장에서 166조루피아 규모 국채를 이미 매입했다. 정치권에선 한 술 더 떠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으로 수익을 올려선 안 된다”는 식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중앙은행이 뭐라고 설명하든 ‘부채의 화폐화’ 논란을 불러 일으킨다.  신규 화폐가 대량 공급되면서 물가가 급등할 수 있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금이 가면서 화폐  가치의 신뢰도도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른바 '초 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일본은행(BOJ)조차 신중한 입장인데, 특히 인도네시아 같은 신흥국이 이를 시행할 경우  부채를 화폐화한다는 의심은 더 짙게 깔릴 수밖에 없다.

실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지난 3일까지 7거래일 연속 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했다.  국제 투자은행(IB)인 씨티은행은 “주요 신용평가기관이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를 집중 검토하면서 인도네시아 신용등급을 최소 1단계 이상 낮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작 신용평가사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극도의 저물가와 경기침체 전망이 부작용에 대한 우려까지 낮추고 있는 것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3일 “재정 부문을 평가할 때 국채 인수자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다”며 당분간 신용등급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도 “인도네시아의 물가상승률이 신뢰할 만한 통화정책의 틀 아래서 통제되고 있다”고 반응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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