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어요. 가해자가 여기 나와있는데 나는 때린 적 없다고만 하고 있습니다."(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6일 긴급 현안질의는 한탄의 연속이었다. 팀내 폭언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자리였다. 가해자로 지목받은 경주시청 팀 감독과 선배 선수는 물론 정부와 관련 기관 대표들까지 모조리 국회에 출석했지만 "내 잘못"이라고 책임을 인정하고 나선 이는 끝내 없었다.
이처럼 답답한 분위기가 이어진 탓에 도종환 문체위원장이 목청을 높이는 장면도 수차례 반복됐다. 상임위 의사를 진행하는 상임위원장이 직접 증인을 몰아세우며 질의를 하는 이례적인 일도 거듭 벌어졌다.
문체부 장관 출신인 도 위원장은 특히 최 선수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가해자로 지목받는 '팀닥터' 안 모 씨에 관해 "정보가 없다"고 답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강하게 질책했다. 도 위원장은 "국회 상임위에서 문제를 다루는 데 주요 폭력 가해자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나"고 대한체육회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했다.
이어 자신의 후임자인 박양우 문체부 장관과 최윤희 2차관을 언급하면서 "이 주요 가해자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분 누구세요? 장관님이세요? 차관님이세요?"라고 따져묻기도 했다.
도 위원장은 또다른 가해자로 지목받는 경주시청의 김규봉 감독을 향해선 8~9개씩 질문을 연달아 던지기도 했다. 앞선 질의에서 김 감독과 최 선수의 선배인 장윤정 선수 등 경주시청 철인3종팀 관계자들이 "그런 적 없다"고 폭행 사실을 부인하자 직접 질문자로 나선 것이다.
도 위원장은 잇단 추궁에도 김 감독 등 관계자들이 "그런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자 "수사도 조사도 안되면 저희가 청문회를 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현안질의는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후 종료됐다.
다음은 현안질의 중 도 위원장 질의와 이에 대한 김 감독의 답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위원장: 김규봉 감독님 발언대에 서주세요. 선수들을 행거 봉으로 때리다가 휘어지니까 밖에 있는 선수에 야구방망이 가져오라고 하고, 아파서 앉은 선수를 발로 밟은 적이 있습니까?
김규봉 감독: 그런 적 없습니다.
도 위원장: 새벽에 선수를 발로차서 손가락 부러뜨린 적 있습니까?
김 감독: 없습니다.
도 위원장: 선수에게 담배 물리고 고막이 터지도록 때린 적 있습니까?
김 감독: 없습니다.
도 위원장: 물건을 집어던진 적 있습니까?
김 감독: 없습니다.
도 위원장: 야구방망이로 때린 적 있습니까?
김 감독: 없습니다.
도 위원장: 선수가 맹장이 터져 수술 받았는데 실밥도 풀지 않았는데 훈련시키고 반창고 붙이고 수영하라고 한 적 있습니까?
김 감독: 그런 적 없습니다.
도 위원장: 항상 욕을 입에 달고 살아요?
김 감독: 제 말투가 경상도 말투라서 강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도 위원장: 양동이에 소주와 맥주를 타서 억지로 먹이고, 토하면 반복해서 먹인 적이 있습니까?
김 감독: 없습니다.
도 위원장: 술 마시는 것도 운동이라면서 폭행, 폭언한 적 없어요?
김 감독: 없습니다.
도 위원장: (최윤희 문체부 2차관을 향해) 최 차관님, 선수들은 이렇게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기자회견을 했어요. 감독은 지금 그런 적이 하나도 없다고 그래요. 철저히 조사를 해주세요.(중략) 안되면 청문회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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