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대박 열망에 뛰어들다
'부동산 불패'는 개발 시대부터 이어져 온 신화다. 부동산을 어디에 얼마나 보유하느냐에 따라 전 국민의 자산 서열이 정해졌다. 최근 저성장 시대에도 여전히 신화는 진행형이다. 아니 오히려 전 연령대로 신화가 더 확산되는 분위기다. 요즘엔 30대를 필두로 한 젊은층이 부동산 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무엇이 그들을 부동산에 빠지게 했을까.
'패닉바잉' 에 나선 젊은층
서울 양천구에 사는 최모(46)씨는 4년 전 선택을 평생 후회할 것 같다. 자가 아파트를 팔고 옆 단지 더 큰 아파트를 전세로 얻어 이사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매도한 집은 그 사이 4억원 정도 올랐다. 그런데 이사한 집은 계약 때마다 전셋값을 1억원씩 올려달라고 한다. 최씨는 “아파트 가격이 이렇게까지 오를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며 “다시 집을 살 기회는 영영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4.7%, 8%에 달했다. 부동산 규제 강화를 내세운 정부에서 도리어 부동산이 폭등한 것이다.
예상을 비껴간 현실에 가장 크게 동요한 것은 30대였다. 취업에, 결혼까지 하려면 수도권에 집 한 칸을 마련해야 하는데 자고나면 수천 만원씩 집값이 오른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평생 기회를 못 잡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 이들은, 이른바 ‘패닉 바잉(Panic Buyingㆍ공포에 기인한 사재기)’을 택했다. 지금 버스가 막차일 수 있으니 일단 타고 보자는 심리다.
아파트 청약 광풍... 아니면 매매라도
30대는 우선 청약시장에 몰려갔다. 청약제도는 무주택 실수요자 위주로 바뀌었고 신혼부부를 위한 특별공급도 늘어나는 추세였다. 신혼특공 당첨을 위해 위장이혼이나 위장실업 등 불법을 감행하는 젊은층까지 생겨났다.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주변에서 결혼보다 청약이 먼저라고 할 정도여서 몇 년 전부터 분양시장만 눈여겨보고 있다”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졌다. 수도권에 규제지역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가점제가 늘고 추첨제 비중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30대에게 가점제는 난공불락이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서울 청약 당첨자의 가점 평균은 61점이다. 자녀 둘을 둔 4인 가족 가장이 저축 가입 기간 만점(15년 이상)을 받고 무주택자로 11년 이상 살아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조급해진 청년층은 구축 아파트 매수에도 뛰어들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3만7,192건) 중 30대 비중이 30.7%(1만1,414명)에 달한다.
빚더미에 오르는 청년들
모아둔 돈으로 집을 사는 게 아니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이 유행처럼 번졌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에 따르면, 2018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30대의 대출액은 102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35.7%를 차지했다.
전세금을 끼고 주택을 사는 ‘갭투자’도 성행했다. 신용대출까지 받아가며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나 호재가 있는 지방 아파트 매수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수십 년의 '부동산 불패' 교훈에다 정부 정책만 믿었던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보면서, 30대가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겠다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장혜영 의원은 "20차례 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남긴 건 집값안정이 아니라 청년 부채의 급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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