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국인 WTO 사무총장 나올까...8개국 후보 등록

영국ㆍ사우디아라비아 전직 장관들도 출사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영상회의실에서 주요국 통상장관 및 통상전문가와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세계경제포럼 통상 이사회' 세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WTO)가 8일(현지시간) 사무총장 후보 접수를 마감하는 가운데 현재까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포함해 총 8명의 후보가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접수 마감 직전까지 후보자들이 몰려 신임 WTO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WTO에 따르면 지난달 8일부터 접수를 진행한 결과 이날 오전 기준 유 본부장을 비롯해 나이지리아, 이집트, 케냐, 멕시코, 몰도바 등 6개국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오후 마감 직전에는 영국이 자국의 전직 장관을 WTO 사무총장 후보로 추천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직 장관도 차기 WTO 사무총장 자리에 지원했다. 후보 접수를 마감하는 오후 6시가 지나야 최종 후보 명단이 확정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유 본부장의 당선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한국은 이번이 세 번째 WTO 사무총장 도전으로 중견국 지위를 강조하며 표심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진화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여성 리더십이 주목받은 점도 공략 포인트다. 25년간 통상 외길을 걸어온 전문가라는 점도 어필하고 있다. 유 본부장은 다음 주 정부 대표단과 함께 WTO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할 계획이다. 

아프리카 출신 후보들은 유 본부장의 쟁쟁한 경쟁자로 꼽힌다.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은 자국에서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지냈고, 세계은행 전무를 역임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Gavi를 이끌며 WTO 본부가 자리한 제네바에서 인지도를 높였다는 게 강점이다. 더욱이 그간 아프리카에서 WTO 사무총장을 배출한 적이 없는 데다 여성이 이 기구에서 최고위직에 오른 적이 없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집트 외교관 출신의 하미드 맘두 변호사도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함께 입후보한 아미나 모하메드 전 WTO 총회 의장도 케냐에서 문화부 장관을 지낸 아프리카 출신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연합체인 아프리카연합(AU)은 단일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3명이 함께 입후보해 난항이 예상된다. 다만 단일화가 성공할 경우 아프리카는 WTO 164개 회원국 가운데 약 3분의 1에 달하는 54개국 회원을 거느리고 있어, 표가 쏠릴 확률이 높다. 

멕시코 정부의 고위 통상 관료인 헤수스 세아데와 몰도바 외무장관 출신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도 입후보했다. 세아데 후보의 경우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이 같은 중·남미 국가인 브라질 출신이라 연달아 같은 대륙에서 수장을 배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오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성명을 통해 리엄 폭스 전 국제통상부 장관을 WTO 사무총장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폭스 전 장관은 존슨 총리의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총리 내각에서 국제통상부 장관을 지냈다. 또한 무함마드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 사우디아라비아의 전 경제ㆍ기획부 장관 출신도 접수 마감 직전 후보로 등록했다고 사우디 알아라비야 방송이 보도했다. 

후보 등록이 끝나면 각국 후보들은 WTO 일반이사회 공식회의에 참석해 비전을 발표한다. 이후 회원국별로 후보 선호도를 조사해 지지도가 낮은 후보들부터 탈락 시켜 한 명만 남기는 방식으로 선출 과정이 진행된다. 

앞서 WTO는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지난 5월 14일 임기를 1년 남기고 돌연 사임하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수장을 선출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