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ㆍ16 대책 직전 집값 90% 회복"
정부의 '6ㆍ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갈수록 더 가팔라지고 있다. 대책이 나온 지 20일 넘게 흘렀지만, 시장에서 규제의 압박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는 과열 양상까지 감지된다. 잦은 규제가 되려 부동산 시장에 내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1% 상승했다. 한 주 전(지난달 29일 기준) 상승률인 0.06%보다 0.05%포인트 높아진 것은 물론, 지난해 12월 16일 이후 28주 만에 가장 높다.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던 12ㆍ16 대책 직전 수준만큼 아파트값이 올랐다는 뜻이다.
강남3구 상승률은 더욱 높다. 강남구와 송파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각각 0.12%, 0.18% 올랐다. 역시 12ㆍ16 대책 발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서초구도 0.10% 상승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강남구는 역삼동과 도곡동, 개포동 위주로 매물이 감소하고 매수세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일선의 체감 시세는 더 뛰어오르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면적 84.94㎡가 27억3,0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달 6일 거래 가격보다 2억2,000만원 오른 값이다. 인근 디에이치아너힐즈 전용면적 84.36㎡ 보류지도 비슷한 시기에 지난달 실거래가 대비 6억3,000만원 높은 29억원에 매각됐다.
강남 집값은 당분간 오를 전망이다. 집주인은 호가를 높이는 데 반해, 수요도 꾸준해서다. 개포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A씨는 "현재 아파트값은 가격이 급등했던 12ㆍ16 대책 직전의 90% 수준"이라며 "방학을 앞두고 지난주까진 매수 문의가 끊이지 않았는데, 매물이 없어서 거래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심지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거래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 강남구청과 송파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이후 이달 9일까지 잠실동과 대치동, 삼성동, 청담동 주거지역 거래허가 신청은 총 18건이다. 대치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B씨는 "최근에도 매수 문의 전화가 들어오고 있다"며 "매도자들도 집값이 오른다고 하니 쉽사리 매물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북 부동산 시장도 비슷한 분위기다. 6일 기준 도봉구 아파트값은 0.14% 상승했으며, 서울 노원구와 강북구도 각각 0.13% 올랐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중저가 및 신축 대단지 위주로 매수세가 보였다"며 "저금리와 대체 투자처 부재로 유동성 유입이 확대되며 집값 상승폭이 커졌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부동산 규제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대책의 파급 효과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ㆍ16 대책 발표 직전 한 주간 0.20%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발표 3주 만에 0.13%포인트 하락했지만, 이번 6ㆍ17 대책 발표 이후에는 오히려 0.08%포인트나 상승률이 높아졌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동산 대책을 너무 자주 발표하면서 시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내성까지 생겼다"며 "세금이 아무리 올라도, '집값이 오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퍼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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