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박원순 '마지막 출근'... 5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 '영면'
알림

박원순 '마지막 출근'... 5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 '영면'

입력
2020.07.13 15:56
수정
2020.07.13 20:20
2면
0 0

서울시청 다목적홀서 70분간 영결식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9년 동안 몸 담은 '직장'(서울시청)을 들러 고향(경남 창녕)으로 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마지막 길을 일부 시민은 비를 맞으며 끝까지 붙잡았다. "시장님 못 보내" "아이고". 박 시장의 영정이 지나간 자리 곳곳에서 지지자들의 통곡이 터졌다. 박 시장의 유해는 13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의 발인을 시작으로 서울시청사에서 진행된 영결식을 거쳐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고향 선산에 안치된다. 이날 장례에서 '박 시장 서울특별시 5일장'을 두고 대립한 지지파와 반대파 사이 충돌이 우려됐으나 별다른 소동은 없었다.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었던 박 시장은 아침부터 시청으로 '마지막 출근'을 했다. 박 시장의 영정은 이날 오전 7시50분께 서울시청에 도착했다. 지난 8일 시청사에서 퇴근한 뒤 5일 만이다. 박 시장은 2011년 10월27일부터 2020년 7월9일까지 시를 이끌었다. 세상을 떠나 사진으로 3180일 동안 일한 직장을 다시 찾은 박 시장을 1층에서 맞은 건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와 지인 100여명이었다. 

박 시장의 영결식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9시40분까지 70여 분 동안 시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엄수됐다. 박 시장이 생전 시민들과 만날 때 민관 협력을 논의했던, 박 시장에겐 특별한 장소였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소통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뜻깊은 곳에서, 시장님과 만남의 기억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곳에서 작별 인사를 하게 된 이 시간이 실감 나지 않는다"고 비통해했다. 현장에는 100여명이 참석했고, 서울시와 시 산하 교통방송(tbs)이  유튜브로 중계한 온라인 영결식을 약 3만5,000명이 시청했다.

영결식장 정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엔 '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라고 적힌 문구에 웃고 있는 박 시장의 사진이 떠 있었다. 박 시장의 생전 활동 모습을 담은 영상이 5분 동안 상영됐고, 그의 64년 간의 인생 여정은 파노라마처럼 흘렀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유년 시절부터 당당했던 인권변호사 시절 그리고 2011년 서울시장이 돼 초등학교 무상급식 지원 사업 첫 번째 결재를 하는 모습 등이 스크린에 돋을새김 됐다. 영상 끝 무렵에 "언제나 그랬듯 제 답은 시민입니다" "여러분이어서 행복합니다" 등의 박 시장의 생전 육성이 흘렀다. 바로 뒤 박 시장이 남기고 간 유서가 뜨자 영결식장에선 울음 소리가 터졌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현악 4중주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해 박 시장을 배웅했다. 박 시장의 장례위원회 대표 3인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 권한대행은 각자 추도사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백 교수는 "역사의 현장엔 늘 그가 있었다"며 박 시장과 시민사회와 다리를 놨다. 이 대표는 "40년 친구"로서, 서 권한대행은 "그간 헤아릴 수 없는 격려를 받은 부시장"으로서 고인을 애도했다.


13일 오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 시민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을 보며 흐느끼고 있다. 이승엽 기자

13일 오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 시민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을 보며 흐느끼고 있다. 이승엽 기자


박 시장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출근길에 시민분향소를 찾은 시민도 많았다.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직장인 김지혜(31)씨는 "마지막 가시는 길 보러 왔다"며 "분향소에 오지 못했는데, 오늘 출근길에 와 조문을 하고 방명록에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고 말했다. 우산도 내팽개친 채 박 시장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서울 행당동에 사는 양수열(79)씨는 "이 정도 비는 우산을 안 써도 괜찮다"라며 "시장님 가시는 길에 비가 그쳤으면 좋겠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영결식을 마친 뒤 박 시장의 유해는 오전 10시50분 서울추모공원에 도착해 1시간 20분에 걸쳐 화장됐다. 한 줌의 재가 된 박 시장은 오후 1시쯤 아들 박주신씨의 품에 안겨 그의 고향으로 향했다.1970년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해 서울로 터전을 옮긴 뒤 50년 만의 귀향이다. 

유족의 뜻에 따라 묘소는 얕고 살짝 땅 위로 솟은 봉분 형태로 마련된다. 박 시장은 유서에서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고 했다.

양승준 기자
이승엽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