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혁명' 주역 네이선 로, 영국행 공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직후 해외로 망명한 민주화 인사 네이선 로(羅冠聰) 전 데모시스토당 대표가 영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차원의 홍콩인 이주 지원이 공식화된데다 민주파 핵심인사까지 합류한 만큼 영국에서도 보안법 저항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로는 자신의 27번째 생일인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배낭과 작은 짐가방을 들고 밤 비행기에 탔다"면서 "어떤 미래가 나를 기다리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해보였다. 도착지는 런던이다"라고 썼다. 홍콩을 떠났다고 밝힌 지 10일 만에 처음 목적지를 공개한 것이다. 그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금까지는 내 소재에 대해 저자세를 취해왔다"며 "출발 전 충분히 숙고할 기회도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2014년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인 로는 보안법 발효 직전 조슈아 웡(黃之鋒) 등과 함께 데모시스토당 해체를 선언했다. 이어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홍콩을 떠난 상태"라고 알리며 "글로벌 차원에서 홍콩 지지 활동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도 "현재 (런던의) 작은 아파트에서 여러 외신과 인터뷰하고 있다"면서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로는 "홍콩인은 포기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균열되지 않았고, 오히려 반대로 다음 힘든 투쟁을 마주할 준비가 잘 돼있다"고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정부가 영국해외시민(BNO) 여권 소지자의 시민권 취득을 돕겠다고 발표한 이후 영국 이주를 결심하는 홍콩인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외무부 관계자를 인용, "영국으로 이주하는 홍콩 주민이 약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최근 비유럽권 이주 중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로를 비롯, 홍콩을 떠난 민주화 운동가들은 '망명 의회'를 설립해 활동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유럽 국가들은 국제사회 반대 속 홍콩보안법 시행을 강행한 중국에 유럽연합(EU) 차원의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ㆍ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27개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 뒤 "홍콩의 자치와 시민사회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기 위해 조율된 대응을 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시위 탄압에 이용될 수 있는 '예민한 기술'에 대한 수출 금지와 홍콩인 비자 발급 확대 등 이주 지원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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