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막걸리 만찬' 구청장들과 유쾌한 분위기
오후? 9시30분 이후 소수 측근들과 대책 회의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직 비서의 성추행 혐의 고소건 인지 시점과 경로를 놓고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박 시장의 사망과 수사 정보 외부 유출 의혹의 연결 고리를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생전 마지막 만찬자리다.
14일 서울시와 자치구에 따르면 박 시장은 지난 8일 오후 7시부터 9시10분까지, 2시간 가량 서울 강북구의 A식당에 머물며 민선 5~7기 전ㆍ현직 구청장 11명과 식사를 했다.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시장은 해당 자리에서 어떤 '이상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당일 오후 9시까지는 성추행 혐의 피소 사실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석한 B구청장은 "친목 모임이라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였다"며 "오후 9시쯤 시장님 비서가 들어와 '이제 가보셔야 된다'고 하자 시장님이 '10분만 더 있다 가자'고 했고, 걱정 있는 눈치는 전혀 아니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저녁을 먹으며 반주로 막걸리 두 잔을 마셨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이날 오후 9시까지 박 시장은 피소 사실을 몰랐거나 사전에 보고를 받고도 정확한 내용을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성추행으로 인한 피소 사실을 인지했었다면 저녁 모임에 불참했거나 중간에 자리를 떴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만 젠더특보는 박 시장의 피소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시장에게 '짚이는 일'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불미스러운 일'을 알렸고, 오후 9시30분쯤 공관으로 오라는 박 시장의 연락을 받고 밤 늦은 시간에 소수의 측근들과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시장의 마지막 만찬이 된 이 모임은 애초 연초 기획된 자리였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하반기로 미뤄진 것"이라며 "민선 5~6기 출신 중 국회의원이 된 구청장들을 축하해줬다"고 전했다. 또 이 청장은 "민선 7기 후하반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서울판 그린 뉴딜'의 중요성과 추진에 대한 의지를 다졌고, 그 과정에서 이런 저런 질문을 하며 의욕을 보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전 박 시장은 시청사에서 서울이 추진할 그린 뉴딜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까지만 해도 '그린 뉴딜'에 의지를 보였던 박 시장은 이튿날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출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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