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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서울시장 비서실' 성비위 사건 조사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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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서울시장 비서실' 성비위 사건 조사 불가피

입력
2020.07.14 21:10
수정
2020.07.1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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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외부 조사 오면 협조...자체 조사보다 객관적"
'"피해자, 서울시 성폭행 처리 방식에 실망했을 가능성"

제296회 서울특별시의회 임시회가 개회한 14일 오후 서울시장 권한대행인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제296회 서울특별시의회 임시회가 개회한 14일 오후 서울시장 권한대행인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박원순 시장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이번 사태에 자체 감사나 조사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피해여성 측이 도움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시 내부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피해여성과 함께 박 시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6층’ 정무라인에 대한 조사는 필수적이다.

14일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시 내부에 대한 조사는 객관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시가 자체적으로 하기보단 외부 기관이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자체 조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이은 것으로, 시가 적극 나서기보다는 경찰, 국가인권위원회 등 외부에서 조사가 들어올 경우 협조하는 방식으로 사실 확인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건으로 4ㆍ15 총선 전날 있었던 비서실 회식 성폭행 사건도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4월 14일 저녁 시장비서실 직원 회식 후 남직원이 만취한 동료 여직원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이튿날 직원을 경찰에 신고했다.

14일 오전 서울시청사 정문 앞에 설치된 안내 팻말 위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난하는 문구가 붙어있다.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는 청테이프로 글자를 만든 이 게시물을 직접 붙였다고 주장하는 사용자의 글이 이날 오전 5시 27분께 올라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확히 누가 언제 게시물을 붙였는지는 지금으로서는 파악되지 않았다"며 "고소고발 등 여부는 시 내부에서 논의를 해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시청사 정문 앞에 설치된 안내 팻말 위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난하는 문구가 붙어있다.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는 청테이프로 글자를 만든 이 게시물을 직접 붙였다고 주장하는 사용자의 글이 이날 오전 5시 27분께 올라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확히 누가 언제 게시물을 붙였는지는 지금으로서는 파악되지 않았다"며 "고소고발 등 여부는 시 내부에서 논의를 해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특히, 지난 4월 성폭행 가해 남직원에 대한 시 차원의 징계위원회가 3개월째 열리지 않고 있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가해자는 직위해제된 상태로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며 “사안이 중대해 검ㆍ경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징계위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박 시장 성추행 피해여성이 다른 성폭력 사건 가해자에 대해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서울시 태도에 실망했을 수 있다”며 “그 실망이 박 시장 고소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이은 비서실 성비위 사건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시 차원의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시 관계자는 “피해자, 제3자가 신고나 도움을 요청하면 대응하는 게 현재 매뉴얼”이라며 “그렇지만 현 상황은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아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전문가 의견을 구하고 있지만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시는 “박 시장 피해자의 경우 피해 사실이 인권담당관실 등 공식창구로 접수된 게 없다”며 자체 조사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나온 피해여성 측의 주장대로라면 시 내부적으로 박 시장 성추행 사태를 감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6층 비서실이 고소인의 이야기를 듣고도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피해여성 측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 내부에 도움 요청을 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며 단순 실수로 받아들이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 전 비서실장뿐 아니라 시청 주변에서 ‘알았다면 가장 먼저 알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같은 비서실의 다른 여성 비서관도 사건 이후 일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자체 조사를 한다면 조사 대상이 박 시장이 데려온 별정직공무원들이라는 것도 서울시로서는 부담이다. 정무라인에 있던 인사들로 대부분 정치권, 시민단체에서 온 이들이고, 정치인이 아닌 내부 출신의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이 이끄는 서울시가 이들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박 시장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했던 만큼 이들은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들이다.

자체 조사 계획 관련 질문에 서울시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서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임시회 참석 과정에서 본보 기자의 ‘시 차원의 조사 계획’ 여부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답변 없이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또 박 시장을 보좌했던 또 다른 비서실장도 통화를 거부한 채 문자메시지로 "사실 관계 확인 중이라 지금 아무런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서울시가 자체 조사를 미적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공무원노조에서 시 차원의 진상 규명을 압박하고 나섰다. 서울시 공무원노조는 이날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은 수사기관의 몫이라 하더라도 고인을 가까이서 보좌해온 인사들의 잘잘못도 규명돼야 한다”고 시 수뇌부를 압박했다. 박 시장의 사망으로 고한석 비서실장 등 27명의 별정직 공무원은 지난 10일 면직된 뒤 대부분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다. 피소 사실을 8일 밤 박 시장에게 알린 것으로 알려진 임순영 젠더특보도 외부 접촉을 끊은 채 관련 사실에 함구하고 있다. 시는 피소 사실을 9일 언론보도를 통해서야 알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정민승 기자
양승준 기자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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