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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흉흉한 中 민심, 방생이 홍수 퇴치 주술로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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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흉흉한 中 민심, 방생이 홍수 퇴치 주술로 둔갑

입력
2020.07.1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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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 방류행사 동영상이 '기공대사' 퍼포먼스로
?이틀 뒤 불어난 강물 빠져 현혹... 당국 즉각 조사

중국 후난성 렁수이장시의 불어난 강물 옆에서 전신에 주황색 옷을 입은 남성이 11일 재주를 넘고 있다(왼쪽 사진). 이틀 뒤인 13일 강변에는 물이 모두 빠지고 홍수의 흔적만 남아있다. 관찰자망 캡처

중국 후난성 렁수이장시의 불어난 강물 옆에서 전신에 주황색 옷을 입은 남성이 11일 재주를 넘고 있다(왼쪽 사진). 이틀 뒤인 13일 강변에는 물이 모두 빠지고 홍수의 흔적만 남아있다. 관찰자망 캡처



온몸에 주황색 옷을 입은 남성이 공중제비를 넘는다. 우산을 쓴 주민들이 생소한 퍼포먼스를 지켜보고 있다. 불어난 강물이 이들 바로 옆까지 차올라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이틀 뒤, 거짓말처럼 물이 모두 빠져 강변에는 휑한 자국만 남았다. 온라인 공간에 퍼진 동영상에는 “기공(氣功)대사가 홍수를 퇴치했다”는 제목이 달렸다.

중국 후난성 렁수이장시 빈장공원에서 발생한 일이다. 15일 신경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지난 11일 펑(彭)모 씨 등 일행 10명이 홍수로 물이 넘친 강가에 모였다. 치어를 방생하는 자리였지만,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재주를 넘으며 워낙 요란하게 진행한 터라 언뜻 주술행사로 비쳤다. 근처를 지나던 곽(郭)모 씨가 이 장면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렸고, 공교롭게도 이틀 만인 13일 강물이 모두 빠지면서 신묘함에 탄복하는 입소문이 퍼졌다.

중국 남부지방이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당국의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수도 있는 동영상이었다. 중국은 군인과 소방관, 경찰 등 수십만 명을 투입해 홍수 피해를 줄이는데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한달 넘게 쏟아진 폭우로 지친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인 탓이다. 이번 수해로 인한 재산피해는 14조원, 집을 잃은 이재민은 4,000만명에 달한다.

이에 즉시 공안이 조사에 착수해 반박입장을 냈다. 공안은 “해당 동영상은 홍수가 물러나길 기원하는 의식이나 종교행사가 아니라 강으로 치어를 방류한 것에 불과하다”며 “잘못된 영상으로 민심을 현혹한 관련자를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네티즌은 “소방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밤낮없이 홍수와 싸우는데 이런 우스운 쇼로 수작을 부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비난하며 당국의 발표에 호응했다.

중국에서 1980년대부터 횡행하기 시작한 기공대사는 종종 사기극에 연루돼 사회적 지탄을 받아왔다. 암을 치료하겠다고 돈을 받아 챙긴 뒤 두 달간 굶겨 20대 청년이 숨지는가 하면, 대형화재가 발생한 상황에서 반나절간 기도를 올린 뒤 사흘 뒤에 불이 꺼질 것이라고 허풍을 떨다 적발되기도 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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