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골프장 등 후보로... 국방부는 '난감'
23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잡기에 실패한 당정이 그린벨트는 물론 군 부지를 주택 용지로 활용하는 카드를 검토 중이다. 당장 국방부가 난감한 상황에 빠졌는데, '새 집 지을 땅 찾기'가 어렵자 만만한 군 부지만 노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 “군이 갖고 있는 모든 땅 검토해보겠다”
서울 주변의 그린벨트에 더해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가 ‘눈독’ 들이는 땅은 군이 소유한 골프장 부지다. 15일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군이 소유한 서울 노원구 소재 태릉골프장 일대를 부동산 공급부지로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태릉골프장과 인근의 육군사관학교까지 포함하면 149만6,979㎡로, 충북 진천으로 이전한 근처 태릉선수촌 부지까지 합하면 2만채 이상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당정의 계산이다. 교통 등 주변 인프라가 갖춰져 개발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린벨트 훼손’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질 필요도 없다.
당정은 태릉골프장뿐 아니라 군이 보유한 ‘모든 땅’을 검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군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는 것이다. 당장 태릉골프장과 함께 육사 부지,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은평구 56사단 사령부, 강남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지 등도 후보지로 떠올랐다. 국회 국방위 소속인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정부가 보유한 성남골프장(군 소유)을 활용해 부동산을 공급하는 방안을 최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골프장 활용 방안 논의된 바 없다" 난색
국방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15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회동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오래 전에 잡힌 일정으로, 용산기지 이전이 주된 내용이었다”면서도 “대화 말미에 (주택 공급과 관련된) 원론적 수준의 이야기는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면담에서 특정 지역을 언급하진 않았다”고 했고, 태릉골프장 일대를 주택공급지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육사 부지 등을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자는 아이디어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나왔던 단골메뉴이긴 하다. 하지만 군 당국은 과거와 달리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과거 육사, 골프장 활용 방안은 ‘옵션’ 수준으로 거론됐지만 지금 정부는 주택 공급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에 진지하게 논의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반대 명분이 궁색하다는 점도 군의 고민거리다. 과거 국방부는 육사와 태릉골프장 이전을 △서울 소재 대학이 갖는 경쟁력 △예비역 반발 △장병 복지 등의 이유로 반대해왔다. 그러나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가 모두 지방에 위치해 굳이 육사만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군 골프장 역시 마찬가지다.
"군부대 옮겨 위례신도시 만들었지만 강남 집값 잡았나?”
그러나 ‘군 부지 활용’은 단기적으로 공급 가능한 물량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육사 부지의 경우 대체 부지를 찾아 새 건물(육사)을 건설해야 비로소 이전이 가능한데 이 과정만 최소 3~4년이 걸린다는 추산도 있다. 예비군 훈련장도 접근성을 고려, 교통이 원활한 지역에 위치해야 하기 때문에 대체부지를 찾기가 만만치 않다. 다만 골프장의 경우는 이미 지어진 골프장을 정부가 매입해 보상해줄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반발을 무릅쓰며 군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 ‘집값 안정’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강남 지역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특전사, 국군체육부대 등 7개 군사시설을 이전해 ‘위례신도시’를 만들었지만 강남 집값은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오히려 정권이 바뀐 이후인 2009년 국방부가 “원활한 임무 수행과 안보 특성을 감안할 때 특전사 이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공식 전달하면서 잡음만 이어졌던 선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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