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대치 끝에 21대 국회의 문을 연 여야는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개원 연설에도 극과극으로 반응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최소한'의 예의만 갖췄다. 30분간 이어진 문 대통령의 연설 도중 한 번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박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자리에서만 연신 터져 나왔다. 대부분 흰색 마스크를 쓴 민주당 의원들과 달리 통합당 의원들은 전부 검정색 마스크를 썼다. '슈퍼 여당'을 내세워 국회 입법을 밀어 붙이려는 청와대를 향한 '침묵 시위'였다.
주호영 "대통령이 박원순 문제에 답하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개원 연설을 약 4시간 앞두고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문 대통령을 향한 10가지 공개 질문을 발표했다. ‘개원연설은 합의했지만, 하고 싶은 말만 듣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는 “국민이 궁금해하고 진정으로 듣고 싶어하는 말에 대해 대통령이 분명하고 시원하게 밝혀주길 바란다”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민주당 소속 광역지방단체장들의 잇단 성범죄 사건에 대한 입장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경질 의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부당한 지휘권 행사에 대한 입장△경제정책 전환 여부 △탈원전 정책 고수 여부 등을 질문지에 눌러 담았다.
예상과 달리, 통합당은 이날 개원연설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았다. 주 원내대표는 개원식에 앞서 당내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대통령의 입ㆍ퇴장시 기립 및 박수 등의 의전적 예우를 갖추는 것이 옳다는 게 원내지도부의 의견이오니 참고해달라”고 했다. '싸우는 정치'를 싫어하는 여론을 신경 썼기 때문이다.
18번 박수 보낸 민주당, 통합당은 '0번'
오후 2시20분 본회의장에 들어선 문 대통령은 민주당 의석을 가로질러 연단으로 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일어나서 1분 넘게 박수를 쳤다. 통합당 의원들도 모두 기립해 문 대통령을 맞았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를 포함한 극소수 의원만 박수를 보냈다.
통합당 반응은 문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한 뒤 더 싸늘해졌다. 연설이 이어진 30분 내내 민주당 의원들은 18차례 박수로 호응했다. 일부 의원들은 문 대통령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단 한 차례도 박수를 치지 않았고, 서로 대화를 주고 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연설 중 “협치도 손바닥이 마주쳐야 가능하다”고 언급하자 통합당 의석에서는 “협치합시다, 협치!”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민주당이 독식인데”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들렸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냉담한 반응에도 여야를 번갈아 보며 연설을 이어갔다.
통합당, 끝까지 자리 지켰지만... 싸늘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그럼에도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돌며 인사할 때도 통합당 의원들은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하거나 박수를 쳤다. 주 원내대표는 웃으며 악수도 나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함께 몸담은 적 있는 조경태 의원은 아예 등을 돌린 채 눈 마주치기도 거부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현안에 대한 언급 없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혹평했다. 그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없었다”며 이후에라도 10개 질문에 대한 답변을 꼭 받아내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국회의원이 아닌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집무실에서 연설을 시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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