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혈압 재면 높게 나와"... 박원순 시장실, 성희롱이 일상

피해자 측? 2차 폭로…?샤워 때 속옷 수발도
“사안 몰랐다는 서울시의 해명 말 안 돼?
보좌관 등이 피해자에 연락해 회유 움직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스1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자기(피해자)가 혈압을 재면 혈압이 높게 나온다"고 말하는 등 시장실과 비서실에서 성희롱이 일상적으로 이뤄졌다는 폭로가 추가로 제기됐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고소한 피해자 A씨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상담소) 등은 16일 '서울시 진상규명 조사단 발표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및 성폭행 행위 사례를 추가로 폭로했다.

상담소 등은 우선 서울시가 A씨로부터 어떤 피해 신고도 받지 못해 사안을 알 수 없었다고 언론에 해명한 데 대해 적극 반박했다. 당시 서울시에서 일어난 사건을 되짚어 보면 시장실과 비서실에서 성희롱 등이 일상적으로 벌어졌기 때문에, 몰랐다는 해명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취지다.

상담소가 A씨를 상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운동 등을 마치고 온 후 시장실에서 그대로 들어가 샤워를 할 때 옷장에 있는 속옷을 비서가 근처에 가져다 줬다. 샤워를 마친 뒤 시장이 벗어둔 속옷 등은 비서가 봉투에 담아 다시 시장의 집으로 보냈다고 한다. 시장이 시장실 내 침대가 딸린 내실에서 낮잠을 자고 있을 때 시장을 깨우는 것도 비서의 일이었다. 여성비서가 깨워야 박 전 시장이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업무를 보는 과정에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발언도 심심찮게 이어졌다. 박 전 시장은 건강 체크를 위해 아침, 저녁으로 혈압을 쟀는데, A씨는 당시 이 일은 가족이나 의료진이 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전 시장은 오히려 "자기(A씨)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 시장실을 방문한 국회의원 등이 "여기 비서는 얼굴로 뽑나봐" 등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박 전 시장은 마라톤을 할 때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며 A씨에게 주말 새벽에 출근하라고 요구한 적도 있었다. 상담소는 "비서들은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일했지만 업무 성격은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시장의 기분이 중요한 사람들에 의해 비서들은 성희롱과 성차별적 업무를 강요받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A씨가 지난 8일 경찰에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사실이 알려진 후엔 A씨를 회유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서울시의 전·현직 보좌관과 비서관 등이 피해자에게 연락을 해 위로하는 척하면서 기자회견을 만류하거나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이날 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기자회견 당일인 지난 13일에 송다영 서울시 여성정책실장으로부터 '통화하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13일 오전 11시 39분쯤 전화가 왔는데 받지 못했다"며 "직후 실장이 '통화하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를 남겼는데 기자회견 때문에 이동하느라 응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상담소는 "서울시가 진상규명을 하겠다며 전날 대책을 내놨는데 이런 상황을 볼 때 서울시는 이 사건을 규명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