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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비서실, 채용 '깜깜이' 성폭력 교육 '사각지대'… 성폭력 대처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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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비서실, 채용 '깜깜이' 성폭력 교육 '사각지대'… 성폭력 대처 취약

입력
2020.07.17 18:00
수정
2020.07.18 01:11
3면
0 0

암암리 인사 진행 ''성비위 탈출'도 어려워
알바생도 교육 받는데 비서실만 참석 못해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복도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지지하는 대자보와 메모들이 붙어 있다. 뉴스1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복도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지지하는 대자보와 메모들이 붙어 있다. 뉴스1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전 비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비서실이 서울시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대학생도 받는 성희롱ㆍ성폭력 교육 사각지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시장이 직속으로 관리하던 비서실의 폐쇄적인 운영이 성비위와 관련 대처에 취약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서울시 성희롱ㆍ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을 확인한 결과, 시에서 일하는 용역사 직원 그리고 아르바이트 대학생 등 임시직원 등도 내실있는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교육을 연 1회 이상 받게 돼 있으나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는 예외였다. 피해자 측은 "비서실 직원은 성희롱 예방 교육에도 참석하지 않거나 참석할 수 없었다"고 폭로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매뉴얼이 비서실엔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행정1부시장 방침으로 정해진 성희롱ㆍ성폭력 부서장 책임제는 2014~2015년에 처음 운용됐다. 피해자는 2015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비서실에서 일했다. 본보는 관련 교육이 왜 비서실에서 이뤄지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기간 근무한 비서실장을 비롯해 시 인사 총괄자 등에 연락 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피해자가 근무한 4년간 비서실의 기이한 운영 정황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장 의전과 일정을 담당하는 비서는 본청이나 산하 기관 소속 공무원 가운데 공모가 아닌 추천으로 주로 이뤄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서실이 인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공고를 내지 않고 직원들 중에서 알음알음 뽑는다"며 "비서실이 나이 등 요건을 알려주면 그 조건에 부합하는 대상자를 본청이나 사업소 직원 중에서 추천을 받아 뽑는다"고 말했다. 구청 직원은 대상에서 제외되며 비서실 조건에 맞는 대상을 시 인사과가 추천하는 방식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인사과는 면접 등엔 관여하지 않고 모두 비서실에서 주관한다"며 "그래서 인사과에서 당시 몇 명이 면접을 봤는지 등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암암리에 인사가 진행되는 비서실에선 성비위로 인한 '탈출'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은 4년 동안 성추행에 시달려 전보 요청을 하자 "박 전 시장이 '그런 걸 누가 만들었냐' '비서실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승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장의 기분이 중요한 사람들' 즉 비서실 윗 선들로부터 성희롱이나 성차별적 업무를 강요 받을 가능성 등 비서실은 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업무 환경이었다는 게 피해자의 호소였다. 시 내부에서도 비서실은 특수한 업무와 조직 문화로 '섬'으로 통했다. 서울시의 한 직원은 "주말에도 시장님이 출근하면 나와야 해 본청 직원들은 비서실 업무를 딱히 선호하지 않는다"며 "전 비서의 충격적인 폭로에 내부전산망엔 '이번 기회에 싹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글까지 올라왔다"고 전했다.

박 시장 성추행 의혹 피해자가 시청실에서 일하게 된 배경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자는 2015년 하반기 비서실에서 일하기 전엔 시 산하기관에서 근무했다. 피해자는 "비서직엔 지원한 적이 없는데 채용됐다"고 밝혔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추천을 통해 시 비서실로 전보된 것이다. 피해자의 전보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그가 일했던 기관의 장과 기관 관계자 등에 연락을 취해보니 "지원도 하지 않았는데 추천을 통해서 전보가 이뤄지는지 처음 알았다" "잘 모르는 얘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양승준 기자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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