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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푼다, 안 푼다... 당정청 오락가락에 집값만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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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푼다, 안 푼다... 당정청 오락가락에 집값만 들썩

입력
2020.07.19 19:30
수정
2020.07.19 20:5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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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7ㆍ10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 일환인 서울 지역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여부를 두고 청와대와 정부, 더불어민주당이 엇박자를 노출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권의 혼선으로 개발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역의 집값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정부의 서울 주택 공급 대책 마련 때까지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린벨트 해제 반대→논의→신중 ‘오락가락’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은 그린벨트 해제 반대 기류가 강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해 공급 확대를 위한 모든 가능성을 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그린벨트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옳다”고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 1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그린벨트 해제 문제에 대해 “당정이 이미 의견을 정리했다”고 발언했지만, 총리가 이틀 만에 이를 뒤집은 셈이다. 정 총리는 “(해제 여부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당정청 간 엇박자는 7ㆍ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계속되고 있다. 대책 발표 직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린벨트 해제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14일에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15일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고 홍 부총리 발언을 바로 뒤집었다가, 그날 오후 다시 그린벨트 해제 검토를 공식화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7ㆍ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10여일 간 정부와 청와대의 고위 인사들이 ‘검토한다→하지 않는다’를 수 차례 오가면서 혼선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6일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7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7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ㆍ이재명ㆍ추미애… 여권 ‘거물’ 일제히 반대

민주당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15일 민주당과 국토부는 당정협의를 열고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한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차기 당권 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과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반대’ 입장을 내비치면서 혼선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이들은 환경적인 관점이나 실효적인 측면에서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지사는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지은 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낮아 ‘로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 전 의원은 "그린벨트 문제는 우리 세대만 향유해야 될 권리가 아니고 다음 세대 배려도 있어야 한다"며 "정말 최후의 수단이 되기 전까지는 너무 쉽게 풀어서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도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이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추 장관은 19일에도 거듭 "막대한 불로소득이 시장을 흔들고 경기변동을 유발하는 데도 이 부분은 경제진단과 정책에서 간과된다"며 "시장에 유입된 엄청난 돈은 계산하지 않고 자꾸 공급부족 논리로 그린벨트를 풀어 시장을 자극하면 신규 공급물량 뿐 아니라 중고 주택가격까지 가격상승을 부채질한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그린벨트 해제에서 주택 공급까지 토지보상 등과 맞물려 최소 5년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보상비가 서울 강남 일대에 풀리면 오히려 부동산 가격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둘러싼 당정청 인사들의 말말말. 그래픽=신동준 기자

최근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둘러싼 당정청 인사들의 말말말. 그래픽=신동준 기자

16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너머 보이는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16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너머 보이는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그린벨트 풀린다”… 세곡ㆍ내곡동 ‘들썩’

당정청의 ‘갈지(之)자 행보’에 시장 혼란도 극에 달하는 분위기다. 그린벨트 해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서울 세곡동과 내곡동 일대의 집값이 급등하는 게 대표적이다. 실제 서초구 내곡동 서초 포레스타 2단지(전용면적 84m²)는 지난 5일 13억4,000만원에 실거래됐지만, 현재 호가가 2억원 이상 올랐다. 강남구 세곡동 LH1단지(전용 59m²)도 한달 새 호가가 1억원 뛰며 12억원대 매물이 나왔다. 민주당 일각에서 주택공급 부지로 거론되는 서울 노원구 태릉 군 골프장(그린벨트) 일대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골프장 인근 경기 구리시 갈매지구 갈매역아이파크(전용 84m²)는 최근 1주일 새 7억5,000만원에서 8억2,000만원으로 호가가 상승했다.

이와 관련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주택공급 정책을 두고 (당정청 간) 조율되지 않고 설익은 내용들이 공개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린벨트를 해제하려면) 최단 시일 내에 (해당 지역을) 지구 지정해서 투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에 결사 반대했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자리를 비우자, 곧장 해제를 추진하는 게 당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20일 예정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입장이 정리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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