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혈관이 혹처럼 부풀어 오르는 하지정맥류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15년 19만7,986명이었던 하지정맥류 환자가 2019년 31만3,681명으로 5년 새 58.4%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성별로는 여성이 59.2%, 연령별로는 50~60대가 가장 많았고 30~40대가 그 뒤를 이었다. 중장년 이상의 여성에게 주로 발병했던 하지정맥류가 젊은 여성에게도 늘어나고 있다.
김상동 인천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는 "하지정맥류 환자가 여성이 남성보다 보통 2~3배 정도 많다"며 "임신과 여성 호르몬(프로게스테론)의 영향도 있고 유전적인 요소가 중요해 가족력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교수는 "특히 젊은 여성의 경우 하이힐ㆍ스키니진ㆍ레깅스 등이 다리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면서 하지정맥류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스키니진은 허벅지를 강하게 조이고 상대적으로 종아리 부분은 약하게 조인다. 이는 압박스타킹이 종아리를 강하게 조여주는 것과 반대되는 것으로 결국 혈액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압박스타킹과는 반대로 정맥혈액의 흐름을 방해한다.
김 교수는 “하지정맥류를 예방하려면 장시간 서 있지 않는 것이 좋다"며 "특히 오래 서 있는 직종인 승무원ㆍ교사ㆍ미용사ㆍ판매원 등의 직업군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비만 관리, 다리를 꼬는 자세, 굽이 높은 신발, 스키니진이나 레깅스처럼 너무 조이는 옷은 피하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증상이 약하면 예방용 압박스타킹을 사용하거나 잠잘 때 발 아래에 베개 한 개 정도를 받쳐 다리를 올리고 잠을 청하는 것이 좋다.
하지정맥류는 또한 보통 너무 오래 서 있는 자세나 복부비만, 변비, 외상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이런 원인으로 정맥 안의 판막이 망가지거나 판막이 정상이더라도 혈관이 확장돼 있으면 판막이 꽉 닫히지 않아 혈액이 발로 역류하게 된다. 혈액이 역류하면 혈관이 튀어나오게 되고 하지정맥류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하지정맥류는 다리가 아프고 붓는다거나 쑤시는 느낌이 들고, 또 저녁에 쥐가 나거나 다리가 가렵고 화끈거리며, 터질 듯이 아프기도 하고 유난히 피로하고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하지정맥류는 방치하게 되면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피부색이 변하거나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고 봉와직염, 피부궤양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또 심하면 정맥 내에 혈전을 형성해 폐동맥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하지정맥류도 조심해야
심장에 판막이 있듯 정맥 내에도 수많은 판막이 존재한다. 정맥혈압은 매우 낮기 때문에 혈액이 한 번에 심장까지 올라가지 못한다. 따라서 정맥 내 판막이 정맥혈을 한쪽으로만 흐르도록 해 혈액을 심장까지 올라가게 한다.
다리 정맥은 크게 나눠 깊숙한 곳에 위치한 심부(深部)정맥과 피부 가까운 곳에 있는 표재(表在)정맥,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관통정맥으로 이뤄져 있다. 혈액은 보통 표재정맥에서 관통정맥을 지나 심부정맥으로 흘러 심장으로 돌아간다.
하지정맥은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혈액을 운반하는데 종아리 근육의 펌프작용으로 혈액을 밀어 올리고 판막이 역류를 막아준다. 만약 혈관 탄력이 줄어 정맥이 넓어지고 판막도 약해지면 혈액 역류가 일어나고 그 결과 정맥 내 압력이 상승하게 된다. 혈관이 외부로 확장되고 붉어지는 하지정맥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하지정맥류는 대부분 정맥류가 피부 쪽으로 울퉁불퉁 튀어나와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도 확장된 정맥류가 숨어 있을 때가 많다”고 했다.
하지정맥류 치료는 혈관초음파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정확한 진단 하에 수술 여부를 정하게 된다. 심하지 않으면 약물치료로 치료할 수 있다. 수술은 초음파 유도 하에 혈관 내에 카테터를 넣어 여러 에너지ㆍ약물로 문제 되는 혈관을 막는 ‘혈관 내 시술’과 손상이 크고 굵은 혈관이 울퉁불퉁 튀어나왔을 때 시행하는 ‘정맥류 발거술’이 있다.
수술은 환자 상태와 검사 결과에 따라 수술법을 단독이나 복합적으로 사용해 하지정맥류를 치료한다. 보통 수술이 이뤄지는 혈관은 10% 정도의 역할을 하는 혈관으로, 심부정맥으로 다른 크고 작은 많은 혈관이 있어 수술 후에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영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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