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술선도국 싱가포르, 에릭슨·노키아 장비 낙점
가격경쟁력 앞세운 화웨이의 시장 선점 노력 흔들
중국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자국 5세대(5G) 통신망에서 배제하는 '반(反)화웨이 전선'이 미국 동맹국을 넘어 동남아시아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남아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과 연계해 일찍부터 공을 들여온 시장이라 지역 내 중국산 장비 제외 결정이 잇따를 경우 화웨이에 상당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인 싱텔은 에릭슨(스웨덴)을, 2위 통신사 스타허브와 3위 M1의 합작사는 노키아(핀란드)를 각각 5G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하고 당국 승인을 얻었다. 이들 3개사는 현지 통신시장 대부분을 분점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선정 과정에서 어떤 업체도 차별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화웨이 입장에선 싱가포르 5G망 구축 사업에서 사실상 배제된 셈이다. 동남아 5G 장비 시장에서 화웨이가 발을 들이지 못한 국가는 정부 차원에서 반화웨이 정책을 택한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다.
경제전문매체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싱가포르의 결정 자체가 화웨이 영업에 큰 타격을 주진 않겠지만 이 나라의 '동남아 기술 선도국' 위상을 감안하면 향후 주변국의 5G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싱텔은 태국 최대 통신사 AIS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의 주요 통신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매체는 "5G 장비 공급사 결정엔 해당국 정부 의중이 우선적으로 반영되겠지만, 싱텔의 선택 또한 조달비용 절감 등의 명분으로 관계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남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통신 수요 급증을 계기로 5G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웨이는 경쟁사 장비보다 30%가량 싼 가격을 앞세워 현지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해왔다. 이미 태국 AIS와 손잡고 5G 국가망을 구축 중이고, 말레이시아 필리핀 캄보디아에서도 대형 통신사와 제휴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과 유착해 상대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미국 주장에 동조하는 국가가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동남아 지역 기류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싱가포르에 앞서 태국에서도 지난 4월 현지 3위 통신사 트루가 에릭슨을 5G 장비 공급사로 낙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동남아 여러 국가가 관련된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정치적 분쟁이 반화웨이 기류를 강화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