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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무인차, 인간을 완벽히 통찰했나요?

입력
2020.07.23 18: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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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지난 9일 열린 세계인공지능회의(WAIC) 개막식에서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영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는 이날 연내 완전자율주행 단계인 5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에서 지난 9일 열린 세계인공지능회의(WAIC) 개막식에서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영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는 이날 연내 완전자율주행 단계인 5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은 언제 오는가

테슬라(Tesla)의 일론 머스크 회장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AI 컨퍼런스의 오프닝에서 “우리는 올해 안에 5단계 자율주행 기본 기능을 가지게 될 것을 확신한다”라고 말해서 화제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는 2016년 자율주행 기술을 0단계에서 5단계까지 여섯 단계로 분류해 놓았다. 그 중 5단계 자율주행 기술은 인간의 개입 없이 운전자 자체가 불필요해지는 완전 자율 주행의 단계다.

테슬라가 과연 올해 안에 이러한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을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들도 많이 존재한다. 테슬라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설명하고 있는 '완전 자율주행 기능(FSD)'은 아직까지 오토파일럿(Autopilot) 패키지의 일부일 뿐이다. 즉, 자동으로 교통신호를 읽고, 차선을 바꾸고, 주차를 할 수 있지만 자율주행 기술의 분류로 보면 아직 3단계 부분자율주행을 넘어서지 못하고 그저 주행보조 기술에 해당된다. 독일 법원에서는 테슬라가 사용하는 '완전 자율주행'의 명칭이 혼란을 조성한다고 보아 자율주행 관련 광고 표현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기술의 정의와 명칭 사용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최근에는 테슬라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완벽하게 사람 없이 운행하는 무인 자동차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인텔의 모빌아이는 최근에 독일의 전 도로에서 자율주행 시험을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고, 구글알파벳의 웨이모는 무인 트럭의 시범 운행을 미국 남서부 텍사스 지역으로 확장했다. 중국 역시 2025년까지 3단계 ‘조건부’ 자율주행 기술을 기본 탑재한 차량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알리바바, 바이두, 디디추싱의 지원을 받는 여러 스타트업들이 광저우 지역에서 로봇택시 시험 운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마존은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Zoox)를 인수했고, 현대자동차그룹도 앱티브(Aptiv)사와 미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4~5단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선다.

레벨 3,4단계의 부분적인 적용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뤄지고 있다. 다만 완전한 자율주행 시대가 언제쯤 도래할지에 대해서는 당분간 힘들다는 견해가 아직 지배적이다.


무인화 이동수단의 시대

그 시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단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고 상용화 된다면 무인 자동차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측된다. 앞으로 우리가 경험하게 될 미래는 무인 로보택시(Robo-Taxi), 자율운전 버스와 트럭, 자율운행 기술이 적용된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그리고 자율운행 선박을 중심으로 한 해양 모빌리티까지도 공존하는 무인화 이동수단의 시대가 될 것이다.

HMG 저널

HMG 저널


무인화 시대의 소통과 교류

자, 그렇다면 무인화 시대의 미래가 실제로 찾아왔다고 한 번 가정해보자.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이동수단들을 이용할 때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교류하고 소통하게 될 것인가? 이 질문은 언뜻 보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상황들을 내포하고 있다.

수동적 리액션과 능동적 인터액션의 차이

우선 첫번째로 어떤 차량 안에 운전자가 있는지 아니면 그 차가 운전자 없이 자율운행 중인지 항상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여러 실험에 따르면 우리는 상대가 기계인지 인간인지에 따라 같은 상황 속에서도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기계의 선택과 판단은 수동적일 거라 전제하지만(passive interaction), 다른 인간들과 교류할 때는 상대가 나에게 반응하고 나 역시 그 반응에 따라가는 형태로 능동적 교류(active interaction)를 전제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가위, 바위, 보와 같이 간단한 게임을 할 때 조차도 반복적으로 게임을 하다 보면 기계가 내는 선택들에 대해서는 랜덤하게 나왔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반응하는 편이지만, 다른 인간의 선택에 대해서는 더 많이 고민하며 어느 순간 상대의 반응을 따라가는 심리전에 연루되어 버린다.

이런 상황이 무인 차량과의 인터액션에서 발생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기계가 예측하는 우리의 반응은 수동적인데, 우리는 상대방이 인간일 거라 가정해 돌발행동이라도 하게 되면 사고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자율주행 차량의 데이터 알고리즘이 불완전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각각 다른 인간 또는 기계와 소통하는 방식과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다.

트롤리의 딜레마와 윤리적 선택과 판단의 문제

두번째로 완전한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 중인 무인 차량이 어쩔 수 없이 사고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에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 대표적인 예가 바로 '트롤리의 딜레마(Trolley’s Dilemma)'다. 만약 트롤리 차량이 계속 진행했을 때 5명의 인명피해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누군가 능동적으로 개입해 더 적은 1명만의 희생을 선택하는 것이 맞을까?

미래에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이동수단이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 이 차량 역시 이러한 선택과 판단을 해야 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도덕적, 윤리적 판단이 된다. 차량은 탑승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까, 아니면 무조건 더 적은 희생을 선택해야 할까? MIT 미디어랩의 이야드 라완(Iyad Rahwan) 교수는 전세계 233개국의 수천만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상의 자율주행 차량이 어떠한 희생의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지 묻는 '윤리적 기계(Moral Machine)' 실험을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이러한 판단이 필요한 수많은 상황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Moral Machine. MIT 미디어랩

Moral Machine. MIT 미디어랩

사실 이 실험은 인간 대상으로도 결론을 도출하기 어려운 문제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고의 순간 누구를 희생할지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정해진 규율에는 쫒아가는 경향을 보인다. 자율주행 기술의 적용에 있어서도 기계가 선택을 한다는 사실에는 거부감을 갖지만 정해진 알고리즘 안에서의 선택은 용인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율에는 따른다는 얘기다. 따라서 앞으로 법의 영역에서 사회적 토론과 공감대를 거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 이해를 위한 연구와 모빌리티의 미래

무인 차량을 포함한 모든 기계가 인간과 제대로 된 인터액션을 하기 위해서는 매순간 수없이 많은 선택과 판단을 해야 한다. 이 선택과 판단은 여러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할지 정확한 예측에 기반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양의 고퀄리티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의 종류는 무수히 많지만, 한 사람의 유전자 정보(genotype)의 총합을 게놈(genome)이라고 한다면 한 사람이 생성하는 모든 관찰 가능한 행동 패턴(phenotype)의 총합을 페놈(phenome)이라고 부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페놈을 모두 취합해 디지털화한 것이 바로 디지털 페놈(digital phenome)인데, 미래에는 이를 기반으로 한 사람의 건강상태와 이동패턴, 구매성향 등을 모두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무인 자율주행 의료차량 방문서비스. Artefact

무인 자율주행 의료차량 방문서비스. Artefact


무인 자율주행 식료품스토어. 식료품을 직접 고를 수 있게 배송해주는 서비스. Robomart

무인 자율주행 식료품스토어. 식료품을 직접 고를 수 있게 배송해주는 서비스. Robomart

구글, 아마존을 비롯한 여러 IT 기업들은 단순히 자율주행 기술의 확보에만 힘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휴먼 디지털 페놈 데이터를 모으는 데도 힘쓰고 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차량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헬스케어, 커머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 없이 운행되는 미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더욱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장동선 전 현대자동차그룹 미래기술전략팀장ㆍ뇌과학 박사

독일 막스플랑크 바이오싸이버네틱스 연구소와 미 럿거스대 인지과학연구센터에서 인간 인지, 지각 및 행동을 연구하고 사회인지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 '뇌 속에 또다른 뇌가 있다' '뇌는 춤추고 싶다'는 독일 슈피겔과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라 화제가 됐다. tvN <알쓸신잡> 등 여러 매체를 통해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 중이며 최근까지 현대차그룹에서 미래모빌리티 신사업 기획과 발굴을 담당했다.


송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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