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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부상하는 14억 인도 시장... 달리는 '슈퍼 코끼리' 잡는 법

입력
2020.07.25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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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언택트 문화' 속 ITㆍ의약강국 인도 주목
GDP는 아직 3000달러 미만이나 본격 성장 대비해야

편집자주

오늘날 세계경제는 우리 몸의 핏줄처럼 하나로 연결돼 있습니다. 지구촌 각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 시사, 인물 등이 ‘나비효과’가 되어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인문학과 경영, 디자인, 사회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경제학자의 눈으로 세계 곳곳을 살펴보려는 이유입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가 <한국일보> 에 3주에 한번씩 토요일 연재합니다.

10일(현지시간) 인도 북동부 나갈랜드주 코히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일부 마스크를 쓴 주민들이 빈 가스통을 들고 충전된 가스와 교환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코히마(인도)=APㆍ뉴시스

10일(현지시간) 인도 북동부 나갈랜드주 코히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일부 마스크를 쓴 주민들이 빈 가스통을 들고 충전된 가스와 교환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코히마(인도)=APㆍ뉴시스



<7> 수십개의 이름을 가진 것 같은 나라 '인도'

미ㆍ중 무역 갈등이 심화될수록 관심을 끄는 나라가 있다. 포스트 차이나 시대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인도다. 코로나19 사태도 전 세계가 인도를 주목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비대면(언택트) 문화 확산 등의 영향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술과 의약 부문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인도는 관련 분야의 우수 인력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인도는 접근하기 쉬운 나라는 아니다. 인도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점이 많아서다. 인도 진출을 시도하다 예기치 않은 어려움에 직면해 포기하는 기업들이 유독 많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통계 밖' 인구 합하면 실질적인 세계 1위

인도에 대한 대표적인 잘못된 인식은 ‘인구’다. 공식 통계로 보면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이다. 그런데 인구 분야 전문가들의 얘기는 다르다. 실제로는 인도 인구가 제일 많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소비 시장이라는 점을 내세워 해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인구를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반면 인도는 공식 인구가 13억8,000만명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다는 게 정설이다. 인도는 1872년부터 10년마다 인구조사를 실시하는데, 양쪽 부모가 모두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아이들은 등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도를 세계적인 소비시장으로 부르기엔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 경제규모로는 2014년 이래 매년 7%대 성장률을 기록했고 2018년 세계 5위까지 상승했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아직 3,000달러 미만이다. 국민 대부분의 생활 소득은 아직 유의미한 수준의 구매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인 셈이다.

예를 들면 14억명에 육박하는 인구 중 스마트폰을 보유한 사람은 3억명 정도에 그친다. 대표적인 소비재인 TV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TV 판매량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1,500만 대로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주로 판매된 TV는 32인치와 150달러 가격대 제품들이다. 우리나라의 주력 제품인 프리미엄 중대형TV에 대한 소비는 아직까지 미비한 수준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기업들이 당장 인도에 진출해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제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국가인 만큼 향후 성숙된 소비 시장이 형성되었을 때를 대비하는 전략이 더 현명해 보인다.

중앙정부보다 더 센 지방정부

인도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은 정치 제도가 후진적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인도는 민주주의의 천국으로 불릴 만큼 선진화된 정치제도를 갖추고 있다. 투표권을 가진 인구만 9억명에 달해 선거를 하면 투표소가 100만개에 이른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은 무려 2,143개다. 인구가 많다보니 투표 시작 후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최초로 치러진 1951년 10월 인도 총선에선 투표와 발표까지 무려 4달이 걸렸다고 한다.

지방자치도 상당히 발달했다. 인도는 29개 주로 구성된 연방 국가인데, 각 지역은 자신들이 원하는 정치 지도자와 정치 제도를 투표에 의해 자유롭게 선택한다. 공산당이 집권을 하는 지역이 있거나, 분리주의 운동이 일어나는 지역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 대목은 인도 시장에 진출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달리 인도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다. 지방 정부가 마치 독립 국가처럼 독자적인 의사결정권한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 중앙정부와 관련 내용 조율이 마무리됐더라도 해당 지방정부와 다시 협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인도 진출 초기에 중앙정부 말만 믿고 시장에 진출했다가 지방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해 낭패를 본 기업들이 여럿 있었다.

언어나 문화적 특성도 지역마다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같은 인도인들끼리도 통역을 두거나 영어를 사용해야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정도다. 그나마 최근엔 지역마다 상이한 조세제도와 행정처리제도 등을 통일시켜 외국 투자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지역의 현장까지 원활히 전달되고 있는 형편은 아니다.


신분상승을 위해 '공학'을 택하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인도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우수한 ICT 인력 때문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의 경우 인도인이 없으면 가동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도 엔지니어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어도비 등 세계적인 혁신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중엔 인도 출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과학자 중에도 36%가 인도 출신이다.

인도에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가 많은 이유는 카스트 제도와 관련이 깊다. 법적으론 카스트 제도가 사라졌지만, 현실에선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인도와 사업을 할 때 상대방 기업가의 신분이 카스트제도에서 어느 위치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이후 사업 성과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런 현실에서 많은 인도 청년들은 공학을 탈출구로 택했다. 인도 국내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을 통해 커다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 최고 명문대학인 인도 공과대학교(IITㆍIndian Institutes of Technology)에 입학하기 위한 입시 열기는 어느 나라보다 뜨겁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우수하고 저렴한 IT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IIT에서 회사설명회를 열기 위해 줄을 선다. 너무 많은 기업들이 회사설명회 개최를 희망하기 때문에 졸업생 취업자 현황 및 재학생의 선호도 등을 고려해 엄선할 정도다.

'크고 느린 코끼리'가 달렸다

최근 들어 인도는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Make in India’라는 슬로건 아래 자국 경제의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2년까지 제조업의 GDP 기여율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화학, 섬유, 철강, 금속, 소비재 품목 관세를 인하하고, 해외 기업과의 교류협력 기회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도 진출 기업들을 돕기 위해 전자송장 시스템(Electronic Invoice System)을 구축하고, 통합간접세 세금 환급 자동화 등 행정 간소화 정책도 도입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을 위해 한국 국민의 체류 허가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구(IMF)는 인도 경제가 ‘크고 느린 코끼리’에서 ‘달리기 시작한 코끼리’로 바뀌고 있다고 표현한 바 있다. 달라지고 있는 인도의 모습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미중 무역갈등과 대중 무역 의존도 심화 등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 인도는 적지 않은 기회를 줄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인도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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