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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냄새' 지우는 담배 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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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냄새' 지우는 담배 회사들

입력
2020.07.26 09:00
수정
2020.07.27 08:33
10면
0 0

'담배 연기 없는 미래' 선언하고
회사 로고에서 담뱃잎 문양 삭제
부동산, 화장품 등 사업영역 확장도

담배 회사들이 부정적 이미지를 지워버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동산과 화장품 등 담배와 거리가 먼 사업에 진출하고(KT&G), ‘담배 연기 없는 미래’를 선언하며(필립모리스), 회사 로고에서 담뱃잎 모양을 지우기도 했다(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 전세계적으로 흡연율이 감소하면서 생존을 위해 변신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 흡연 인구는 2000년 13억9,700만명에서 2005년 13억8,700만명, 2010년 13억7,000만명, 2015년 13억5,100만명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같은 기간 흡연율은 33.3%에서 30.1%→27.3%→24.9%으로 하락했다. WHO는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025년에는 흡연 인구가 12억9,90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흡연 인구 감소폭은 더 크다.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처음 조사가 시작된 1998년 35.1%였던 19세 이상 흡연율이 2008년 27.8%, 2018년 22.4%로 줄었다. 성인 3명 중 1명이나 피우던 담배를 이제는 5명 중 1명만 태우는 시대가 된 것이다.

흡연율 급감은 '담배에 발암물질이 20여종이나 포함돼 있다'며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강도 높은 금연 정책을 실시한 영향이 크다. 매년 5월 31일 ‘세계 담배 없는 날’ 행사를 치르는 WHO는 올해 행사에선 “흡연자가 코로나19에 걸리면 비흡연자보다 심각한 합병증을 얻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도 담뱃갑 그림과 문구의 경고 수위를 높이고 금연치료를 지원하는 등 금연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방위 압박에 대한 담배 회사들의 대응은 ‘과거와의 결별’로 요약된다. 담배 판매를 완전히 멈출 수는 없지만, 사업 다각화나 대체상품 개발로 서서히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필립모리스는 '담배 연기 없는 미래'라는 홍보 전략을 내세웠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캡처

필립모리스는 '담배 연기 없는 미래'라는 홍보 전략을 내세웠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캡처


말보로, 아이코스 등 브랜드로 유명한 미국계 담배회사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은 ‘담배 연기 없는 미래(Smoke-Free Future)’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우리는 언젠가 담배 판매를 멈추겠다는 사명에 집중한다”고까지 적었다. 이는 담배 사업을 완전히 접겠다는 뜻은 아니고, 궐련을 대체할 아이코스 같은 전자담배 등을 팔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아이코스 같은) 비(非)연소 제품을 더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아이코스를 ‘위험저감 담배제품’으로 홍보할 수 있도록 인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근 결정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도 전자담배가 ‘차악’임을 인정하라는 뜻이지만, 담배는 어떤 형태든 해로울 뿐이며 최악과 차악을 가리는 건 무의미하다는 게 보건복지부 입장이다.

BAT의 예전 로고(왼쪽)과 새 로고. 새 로고에는 담뱃잎 문양과 'TOBACCO'(담배)라는 단어가 빠졌다.

BAT의 예전 로고(왼쪽)과 새 로고. 새 로고에는 담뱃잎 문양과 'TOBACCO'(담배)라는 단어가 빠졌다.

던힐을 생산하는 영국계 담배회사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는 지난 3월 기업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로고를 바꿨다. 기존 로고에는 노란 담뱃잎 세 장이 꽃잎처럼 활짝 펼쳐져 있었지만, 새 로고에는 담뱃잎 모양이 아예 빠졌고 ‘담배(Tobacco)’라는 단어도 사라졌다. BAT 코리아 측은 “전자담배 등 하이브리드 제품 판매를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의 바이오테크 자회사를 통해 코로나19 백신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KT&G가 소유권을 갖고 있는 서울 남대문로4가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남대문 호텔. KT&G 제공

KT&G가 소유권을 갖고 있는 서울 남대문로4가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남대문 호텔. KT&G 제공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는 KT&G는 담배 이외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제약과 화장품 부문까지 손을 뻗쳤다. 2004년 영진약품공업, 2011년 소망화장품을 인수한 것도 사업 다각화와 관련이 있다. 코트야드메리어트 서울남대문 호텔을 지은 데 이어, 신세계와 손잡고 스타필드 수원점 건립을 추진하는 등 최근엔 부동산 투자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KT&G의 지난해 부문별 영업이익을 보면 담배가 9,748억원으로 여전히 가장 많지만, 인삼과 부동산 부문도 각각 2,054억원, 1,948억원에 달한다. KT&G 관계자는 “담배 외에도 수익성과 성장성을 감안한 사업군을 두루 보유해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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