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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지 않은 잔치, 새만금 잼버리 대회

입력
2020.07.25 11:00
수정
2020.07.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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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창갯벌에서 어린이들이 도둑게를 찾았다. 황윤 감독 제공

해창갯벌에서 어린이들이 도둑게를 찾았다. 황윤 감독 제공

지난 주말 기적 같은 일을 경험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아들 친구들을 데리고 전북 부안 해창갯벌에 갔다. 아이들이 게 한 마리를 발견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지난 몇 년 동안 해창갯벌에 수없이 갔지만 살아있는 게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도둑게 암컷이었다. 바다에서 인가로 와서 부엌에 흘린 음식을 주워 먹어 도둑게란 이름이 붙었고, 등껍질의 무늬가 마치 미소짓는 얼굴처럼 보여 '스마일게'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게.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도둑게를 갯벌에서 만난 것은 당연한 일인데 어째서 기적처럼 느껴졌을까? 해창갯벌은 바지락을 포함한 다양한 조개와 게로 풍요로웠던 갯벌이었다. 그러나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거대한 방조제가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의 바다를 가로막으면서 말라 버렸다. 무수히 많은 조개와 게들이 죽었고,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한반도 서해안까지 날아와 배고픈 도요새들이 죽은 조개를 먹고 떼죽음을 당했다. 바지락을 팔아 자식들을 키우던 어민들에게도 해창갯벌의 죽음은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그렇게 말라버린지 14년. 그곳에서 살아있는 게를 만났으니 놀랄 수밖에.

바싹 말라버린 갯벌에서 게는 어떻게 그 긴 세월을 살아남았을까? 인근에 아직 염분 섞인 물이 있기 때문이다. 해창갯벌은 비록 지금은 말라 있지만, 방조제 문을 열어 바닷물이 통하면 다시 갯벌로 살아나 생태계가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 생태관광으로 유명한 순천만 갯벌 이상으로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싸라기' 갯벌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새만금 잼버리대회를 명목으로 매립되고 있는 해창갯벌. 황윤 감독 제공

새만금 잼버리대회를 명목으로 매립되고 있는 해창갯벌. 황윤 감독 제공

이곳을 농어촌공사와 전라북도가 매립하고 있다. 명분은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고작 2주일의 행사를 위해 갯벌로 복원될 수 있는 곳을 매립해 버리는 것이다. 절차상 불법과 편법 소지도 크다. 해창갯벌은 새만금 기본계획에서 ‘관광레저용지’로 지정돼 있는데 매립에 필요한 예산은 ‘농지관리기금’을 사용하고 있다. 즉 농지관리를 위한 국가 예산을 잼버리대회 부지조성에 쓰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잼버리 대회의 취지를 생각할 때 갯벌 파괴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 '유쾌한 잔치' 라는 어원의 잼버리(jamboree) 대회는 자연에서 야영하며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세계 청소년들의 축제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무려 8.8㎢ (267만 평)에 달하는 갯벌을 매립해 야영부지를 조성하는 대규모 생태파괴를 일으키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매립지에서 자연을 찬미하고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대회를 연다니 청소년들을 우롱하는 일이다. 게다가 매립을 위한 흙으로는 '새만금호' 바닥의 뻘을 퍼 올려 사용한다. 방조제로 가로막혀 고여있는 만경강, 동진강 하구의 새만금호는 6급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썩어있다. 그 썩은 뻘을 퍼올려 매립을 한 땅에서 잼버리 대회를 열면 세계 각지에서 온 청소년들은 최악의 초미세먼지 속에 야영하게 될 것이다.

바닷물이 다시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해창갯벌의 장승들. 황윤 감독 제공

바닷물이 다시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해창갯벌의 장승들. 황윤 감독 제공

굳이 해창갯벌을 매립하지 않고도 잼버리 대회를 열 수 있는 공간은 충분하다. 이미 계화도 서쪽 편에 만들어진 넓은 농업용지를 활용할 수도 있고, 신시도와 야미도 사이의 관광레저 용지를 사용할 수도 있다. 수천 억원의 세금을 낭비해 대규모 토건 사업을 벌여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을 매립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새만금 잼버리대회의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단 한번이라도 해창갯벌 매립공사 현장에 와서 2주간의 행사를 위해 얼마나 엄청난 생태파괴가 진행 중인지 직접 본 적이 있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청소년들은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는 인간의 생태계 파괴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결과다. '포스트 코로나', '그린 뉴딜'을 논하며 말로는 청소년이 희망이라 하면서 현실은 청소년들의 미래를 빼앗는 어른들. 해창갯벌 매립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황윤 (영화감독, '사랑할까 먹을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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