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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1500명 실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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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1500명 실직 우려

입력
2020.07.23 16:24
수정
2020.07.24 00:5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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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등 미지급금만 1700억
양사 계약파기 놓고 법정싸움 예고

인수합병 계약이 최종 무산된 23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여객기 주기돼 있다. 연합뉴스

인수합병 계약이 최종 무산된 23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여객기 주기돼 있다. 연합뉴스

국내 첫 항공사 간 결합으로 주목됐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ㆍ합병계약이 결국 무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업황 불황을 극복하지 못한 탓이다. 인수 작업 7개월 만에 수포로 돌아간 이번 계약 불발에 따라 이스타항공의 파산과 함께 대규모 실직 사태도 우려된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7년 10월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설립한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로 청산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데다, 3월부터 운항이 중단되면서 자력으론 경영 정상화가 어려워진 결과다. 업계에서 제주항공과의 계약만 없었다면 이스타항공은 이미 부도 처리됐을 것이란 진단과 더불어 파산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스타항공은 현재 임금체불에, 리스료ㆍ조업료ㆍ주유비 등 각종 미지급금이 1,700억 원에 달하지만, 신규 자금이나 자산조차 없는 사실상 빈 껍데기 상태다.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해도 기업 회생이 아닌 청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창업주인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사실상 소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38.6%를 모두 반납하며 손을 뗀 상황이다. 이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다른 저가항공사(LCC)처럼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해야 한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하지만 정부는 냉담하다. 이스타항공은 저비용항공(LCC) 업계를 대상으로 한 3,000억 원대 긴급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시장에 맡겼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백브리핑을 통해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근로자 피해 최소화 위해 노력하겠다”라고만 밝혔다. 고용문제로 양사를 설득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계 전반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계약성사를 포기한 셈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임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산업계 재정비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분위기”라며 “LCC는 상대적으로 대체할 회사들이 많고, 연관된 산업이 많지 않았던 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게 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스타항공의 파산이 유력해지면서 1,500여 명의 직원 실직 또한 가시화되고 있다. 250억원의 임금을 받지 못한 직원들은 지난 4월 임금체불 소송에 나섰지만 결과를 장담하긴 어려운 형편이다.

노동계에선 정부의 체당금제도(도산기업에서 근로자가 임금 등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국가가 대신 지급해 주는 제도)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마저도 일반 체당금의 경우 1인당 최대 2,100만원에 불과해 이스타 직원들의 미지급금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더 큰 문제는 파산 이후,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재취업이다. 코로나 19여파로 업계 불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인기 직종인 조종사조차도 새 직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성장만 해온 국내 항공업계에 처음으로 찾아올 대량 실직 사태”라며 “3, 4년 후에야 회복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이들을 단기간 수용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한편 제주항공은 계약 파기에 따른 소송을 이스타 측에 제기할 전망이다. 실제 이날 공시를 통해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도과로 인해 기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했다”며 선을 그었다. 인수 무산의 책임이 선행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스타항공에 있다며 계약금 115억 원과 대여금 100억 원 등 총 225억 원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 준비에 들어갔다는 해석이다.

이스타항공 역시 셧다운 지시, 경영개입, 구조조정 관련 책임 등을 제주항공에 묻기 위한 법리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져 양사 분쟁은 법정에서 2라운드가 벌어질 전망이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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