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서 낡은 '사상 검증' 질문
"언제 어떻게 전향했는지 못 찾아"?
李 "한국 민주주의 이해도 떨어져"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좌충우돌하며 엉뚱수를 날렸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그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인 이 후보자에게 "주체사상을 여전히 신봉하느냐" "국가보안법이 폐지돼야 하냐고 보느냐" 등 낡은 사상 검증 질문을 퍼부었다. 탈북자 출신이 국무위원의 이적성 여부를 검증하는 이질적 장면이 이어졌다.
태 의원은 작심한 듯 했다. '태영호와 이인영, 두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자의 삶의 궤적'이라고 적힌 손팻말까지 준비했다. 태 의원은 "북한에선 '남한에 주체사상 신봉자가 많고 전대협은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충성을 결의했다'고 가르쳤는데, 이에 동의하느냐"고 따졌다. 이 후보자는 굳은 얼굴로 "북쪽에서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태 의원은 "대한민국에 오니 저 보고 사상을 전향했는지 묻는데 이 후보자가 언제 어떻게 전향을 했는지는 찾지 못했다"고 공격했다. 이 후보자는 "질문의 내용이 온당치 않다"며 "민주주의에선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있고, 전향 여부를 묻는 건 아직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 후보자는 1980년대 학생운동을 이끈 '586 그룹'의 대표적 인물이다. 당시 학생운동의 주류가 민족해방(NL) 계열이어서 586 그룹엔 한 동안 '주사파' '종북' 등의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이 후보자의 전적을 악용해 태 의원이 색깔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태 의원의 돌발 행동은 여야간 설전으로 옮겨 붙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의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전향을 묻는 건 국회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통합당 간사인 김석기 의원은 "이 후보자가 전대협 의장을 맡았던 만큼 주체사상을 신종하는지 묻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태 의원을 엄호했다. 태 의원 역시 "청문회에 선을 그어 놓을 순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태 의원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대해 저보다 깊이있게 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전향은 우리 사회에선 사전적 의미를 넘어 낙인이 된 오랜 역사가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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