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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진 교수의 마음거울] 마음은 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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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진 교수의 마음거울] 마음은 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입력
2020.07.27 18: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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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백설공주의 계모인 왕비는 늘 거울에게 물어본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왕비가 가장 예쁘다고 하던 거울은 언젠가부터 백설공주가 가장 예쁘다고 한다. 그렇지만 왕비는 거울을 깨 버리지 않는다. 거울에게 매일매일 또 물어보고 확인한다. 거울은 좋든 싫든 항상 진실을 말했기 때문이다. 마음은 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잘 닦인 마음의 거울은 진실을 왜곡되게 비추지 않는다.

세상은 속일 수 있어도 자신은 속일 수 없다. 자신을 속인다고 믿거나, 자신을 속이고 있는 자신을 인식할 수 없는 정신질환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런 경우조차 무의식에서는 사실을 보관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매일 각종 매체를 통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사실이 아닌 것, 자극적인 것, 불규칙적이고 예측불허이거나 극적인 사건에 둔감해져 간다. 심지어 정상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반문하게 된다.

감각의 확대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보통 사람이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는 모든 정보와 감각을 마치 커다란 확대경으로 확대한 것처럼 크게 느낀다. 그렇게 확대된 감각은 실제 우리가 느끼는 감각의 실체를 좀 더 자세하고 예리하게 표현할 수 있게 해 준다. 시인 소설가 미술가 음악가 무용수 등 모든 종류의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이 그렇다.

그들은 때로 섬세하고 여리고 변화가 심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조울증 우울증 불안증 정신증 등 다양한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작가는 조현병 가계, 음악가나 미술가는 조울증이나 우울증 가계와 조금 더 연결돼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들이 그러한 감정과 생각의 소용돌이를 적절히 다루고 표현해 낸 작품을 우리는 마주하고 큰 감동을 받게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을 볼 때의 느낌, 어떤 색깔을 볼 때의 느낌, 어떤 소리를 들을 때의 느낌, 어떤 음식을 맛볼 때의 느낌을 다른 사람도 똑같이 느낄까. 인간이 신체를 통해 느끼는 감각(sensation)은 뇌의 변연계(limbic system)를 통해 지각(perception)된다. 한 사람의 감정상태, 기억, 현재 환경에 따라 같은 감각도 다르게 지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예술작품을 접할 때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낀다. 뇌에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그런 공통된 느낌을 받는지 연구하는 분야가 신경미학인데 이제 태동기를 지나고 있다.

극적으로 감정 변화가 심한 성격을 경계선 인격(borderline personality) 성향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자아에 대한 개념이 불분명하다. 대인관계가 매우 불안정하고 상대에 대해 수시로 바뀌는 극단적인 평가를 내린다. 개인에서도 이런 성향을 보일 수 있지만 국가나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다. 심리적으로 심한 아노미(anomie) 상태가 잦을수록 그런 성향이 더 많이 나온다.

몸에 난 상처의 회복과 심리적 회복의 과정은 매우 유사하다. 상처가 덧나지 않게 연고도 바르고 항생제도 먹는 것처럼 마음 상처의 치유도 때로 정신건강의학과적 도움이 필요하다.

목소리 음색이 좋아야 좋은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사람도 자기만의 색깔이 있다.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기보다 자기만의 색깔을 찾고 빛을 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미움 받을 용기, 미워할 수 있는 용기, 억지로 사랑하지 않고 사랑을 받지 않아도 되는 용기가 필요하다. 마음의 거울을 닦고 모두 각자의 아름다움을 찾아 가길 바라본다.

김정긴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정긴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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