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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청두 美 총영사관 폐쇄 '눈에는 눈'... 뒤로는 ‘우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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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청두 美 총영사관 폐쇄 '눈에는 눈'... 뒤로는 ‘우군 만들기'

입력
2020.07.24 22: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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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보복전 본격화... 양국 '러브콜' 푸틴 몸값만 올라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3일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에 위치한 닉슨도서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요바린다=EPA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3일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에 위치한 닉슨도서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요바린다=EPA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보복전’이 달아 오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4일 쓰촨성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 행정부가 텍사스주(州)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명령한 데 따른 ‘등가 보복’ 조치다. 끝장 승부로 향하는 미중 대결은 우군 확보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각각 “자유 세계 수호(미국)”와 “파격 지원(중국)”을 앞세워 동맹 및 제3세계 국가들에 자신들의 편에 서라고 구애하고 있다. 바야흐로 보복에 보복을 부르는 신(新)냉전 구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中 "청두 영사관 철회"... 급 맞춘 '등가 보복'

중국 외교부는 이날 주중 미국대사관에 “청두 미 총영사관의 설립ㆍ운영 허가를 철회한다”며 “72시간 안에 모든 영사관 업무와 활동을 중단하라”고 통지했다. 외교부는 “이번 조치는 미국의 비이성적 행위에 대한 정당하고 필요한 대응”이라며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준칙, 외교 관례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현재와 같은 상황을 맞이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모든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먼저 영사관을 폐쇄한 만큼 ‘맞불 대응’은 정당하다는 논리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청두 총영사관 직원들이 신분에 맞지 않은 활동을 하면서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쳤다”고 비난했다. 미국이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할 때 내세웠던 이유와 같다.

중국이 미국 총영사관 5곳(홍콩 제외) 중 청두를 낙점한 데에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중국 당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제재 조치를 발표할 때마다 동등 보복으로 맞서왔다. 한 때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과 자매 공관인 우한 총영사관의 폐쇄가 거론됐지만 규모나 상징성, 역할 등 다방면에서 ‘급’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올해 1월 미국이 우한에서 외교인력을 철수해 공관 운영을 중단해도 별 다른 타격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청두 총영사관은 민감한 현안을 많이 다뤄 전략적 중요성이 큰 곳으로 꼽힌다. 1985년 문을 연 청두 총영사관은 쓰촨, 윈난, 구이저우, 충칭 등과 함께 미국이 인권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신장ㆍ티베트 지역을 관할한다. 2012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대 정적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실각 사태 때 미중 간 충돌이 벌어졌던 장소이기도 하다. 전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서남부 요충지의 청두 총영사관이 유력한 보복 카드”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날 중국은 “미국이 잘못된 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양국 관계 정상화에 필요한 조건을 만들기 바란다”고 손도 내밀었지만, 난타전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미 행정부가 21일(현지시간)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를 명령하면서 제시한 시한은 24일 오후 4시다. 그러나 바로 전날에도 차이웨이(蔡?)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본국 지침이 있기 전까지 영사관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때문에 폐쇄 시한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영사관 폐쇄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럴 경우 중국 내에서도 반미정서가 더욱 거세지면서 홍콩 주재 미 총영사관 폐쇄로 맞서는 등 보복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미국·중국의 상호 외교공관 개설 시기

미국·중국의 상호 외교공관 개설 시기


갈등 커지면서 우군 확보 경쟁도 치열

사생결단식 ‘강 대 강’ 대치 물밑에선 양국의 편 가르기 다툼도 치열하다. 미국은 반중(反中) 전선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느 한쪽도 외면할 수 없는 동맹국 입장에선 난처한 상황의 연속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3일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의 닉슨도서관에서 연설을 통해 각국 정부의 협조를 대놓고 압박했다. 연설 주제부터 ‘중국 공산당과 자유 세계의 미래’였다. 그는 “모든 국가 지도자들이 미국이 해온 일들을 함께 해주길 바란다”면서 “자유 세계 국가들은 더욱 창의적이고 단호한 방법으로 중국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방중 이후 50년간 이어진 ‘중국 포용정책’의 실패를 선언하기까지 했다. 또 시 주석을 향해선 “파산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진정한 신봉자”라고 모욕에 가까운 언사를 쏟아냈다. 결론적으로 “자유 세계가 공산주의 중국을 바꾸지 않는다면 공산주의 중국이 우리를 바꿀 것”이라면서 우방들에 미국 편에 설 것을 요구했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무기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극한의 위기에 내몰린 중남미와 아프리카 빈국이 주 타깃이다. 중국의 외교 실무 사령탑인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2일 중남미 및 카리브해 국가 외무장관들과 특별 화상회의를 갖고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어치의 선물을 안겼다. 이들 국가가 코로나19 백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차관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백신이 개발되기도 전에 30억달러가 넘는 접종 분량을 입도선매한 미국의 이기주의와 상반되는 행보로 미 우방국들의 신뢰를 얻겠다는 구상이다. 20일에는 시 주석이 직접 나서 에드거 룽구 잠비아 대통령,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과 잇달아 통화하며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양국의 충돌 수위와 비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몸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23일 푸틴 대통령은 동시에 미중의 ‘러브콜’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돈이 많이 드는 미ㆍ중ㆍ러 3자간 군비 경쟁을 피하고 싶다”면서 “군비통제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이번 통화는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에 미군 살해를 사주하고 포상금을 지급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처음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시 주석도 푸틴 대통령과 축전을 주고 받으며 우호를 과시했다. 그는 양국 집권당 대화 체계 제8차 화상회의에 보낸 축전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고 패권주의와 일방주의에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도 “중러 관계가 이미 전례 없이 높은 수준에 이르러 국가 간 협력의 모범이 됐다”고 화답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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