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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못 사" 적반하장... 하루 평균 259건 '마스크 민원' 대중교통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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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못 사" 적반하장... 하루 평균 259건 '마스크 민원' 대중교통 몸살

입력
2020.07.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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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최근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돈 없어 마스크를 살 수 없다고!"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역무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개찰구를 통과한 승객을 제지한 뒤 마스크를 써 달라고 요청하자 이 승객은 고함을 쳤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탑승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 없다"며 항의를 계속해 직원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해도 승객은 막무가내였다. 직원이 결국 역무실로 가 새 마스크를 가져와 줬는데도 승객의 황당한 요구는 계속됐다. "당신이 만진 마스크는 싫어. 새 마스크 든 상자째로 가져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지난 5월 26일부터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지하철 역무원ㆍ버스 운전사와 일부 시민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K방역'으로 밖으로는 국격을 높였다지만, 정작 안에선 낯부끄러운 상황이 적잖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단속이 어려운 지하철에선 마스크 착용 여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5월13일부터 7월15일까지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마스크 미착용 관련 민원이 1만 6,631건 접수됐다. 매일 평균 259건의 마스크 미착용 관련 민원이 쏟아지는 것이다. 버스보다 약 2주 앞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작된 지하철에선 관련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승객이 역 직원을 폭행하거나 폭언을 해 입건된 사례도 5건 발생했다. 공사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을 두고 승객 사이 다툼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며 "계도하다 안 돼 경찰을 부르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반발하는 승객을 상대하는 게 정말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일부 승객의 돌발적이고 위협적인 행동으로 대중교통 종사자들은 속수무책이다.

'적반하장'식의 승객 '마스크 난동'에 일부 버스운전사들도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버스운전기사 A씨는 지난달 25일 금천구 일대에서 60대 승객 한 명을 태운 뒤 '홍역'을 치렀다. "마스크를 써 달라"고 요청한 게 화근이었다. 이 승객은 운전석으로 와 버스운전사에 폭언을 쏟아부었다. A씨 버스회사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승차하려 해 운전사가 '마스크를 써 달라'고 요청하자 마스크를 쓰는 척하더니 결국 안 쓰고 자리에 앉아서 운전사가 '마스크를 써 달라'고 한 상황이었다"며 "승객이 '기분이 나쁘다'며 화를 내고 폭언을 해 그걸 본 다른 승객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은 업무방해혐의 등으로 입건됐고, 충격을 받은 운전사는 이날 버스 운행을 하지 못했다.

시에 따르면 5월26일 버스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뒤 이달 21일까지 하루에 3건(총 162건)꼴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이 운전사에게 폭언을 하거나 그로 인해 승객끼리 다투는 일이 벌어졌다.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사례만 23건이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시행한 지 두 달여가 지나서도 마스크 미착용 관련 승객 불편과 시비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특별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사는 내달 3일부터 애플리케이션(앱) 신고제를 실시한다. '또타지하철'앱에 마스크 미착용 관련 신고 기능을 추가해 민원 접수를 받는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이 중요해진 만큼 승객들의 경각심을 높이려는 취지다. 앱을 통해 마스크 미착용 승객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위치정보를 확인한 뒤 바로 지하철보안관이 해당 열차로 가 승객에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다.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철도안전법 시행령'에 따라 최소 25만원부터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가된다. 시는 지하철처럼 공공 앱이 없는 버스에선 27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매주 월요일 출근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버스 정류소 87개 지점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캠페인을 벌인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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