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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에 연속제동 건 심의위… 윤석열ㆍ이성윤의 '기소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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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에 연속제동 건 심의위… 윤석열ㆍ이성윤의 '기소 딜레마'

입력
2020.07.26 19:00
수정
2020.07.27 01: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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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ㆍ삼성 사건 모두 수사팀 결론 뒤집어
둘 다 기소땐 '독선적' 선별 기소땐 '자의적' 비판
"기소독점권 견제받는 낯선 상황... 해결책 못 찾아"

한동훈 검사장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던 22일 서울중앙지검 청사 바깥에서 찍은 내부 모습.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던 22일 서울중앙지검 청사 바깥에서 찍은 내부 모습. 연합뉴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가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에서 제동이 걸렸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수사에 반대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고민은 오히려 커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심의위가 수사팀과 상반된 결론을 내린 또 다른 수사, 곧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을 생각하면 윤 총장이 전체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점했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외부 인사가 모인 심의위가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 결론을 뒤집은 것은 윤 총장에게 기회일 수 있지만, 삼성 사건과 관련해선 위기가 더 커져 버렸다는 해석이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건 두 사건 처리 과정에서 윤 총장의 입장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먼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가 진행하는 검언유착 의혹 수사의 경우, 친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이성윤 지검장이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던 반면, 윤 총장은 자기 측근인 한동훈(47) 검사장이 연루된 탓인지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삼성 사건은 다르다. 같은 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가 담당한 이 수사는 애초 윤 총장 자신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당시 3차장검사인 한 검사장과 함께 의욕적으로 밀어붙인 사건이다.

양쪽 사건에서 윤 총장 처지가 극명하게 달랐기 때문에, 삼성 사건에서 심의위 권고를 받을지를 놓고 윤 총장은 쉽사리 어떤 선택도 내리기 어려운 '딜레마'에 처했다. 우선 심의위 권고를 거슬러 ‘이 부회장 기소’ 카드를 내밀 경우, 이 지검장이 검언유착 의혹에서 심의위 권고에 반해 한 검사장 수사를 계속 이어간다 해도 할말이 없어진다.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행사로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손을 뗀 상태에서, 우회적으로나마 ‘심의위 권고를 왜 따르지 않느냐’는 메시지를 서울중앙지검에 보낼 명분도 사라진다.

그렇다고 ‘이 부회장 불기소’ 지휘를 내리기도 어렵다. 심의위 권고를 따르는 모양새지만, 이 경우엔 자기 임기를 포함해 '검찰이 1년 7개월간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비판을 자인하는 셈이 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 부회장 수사는 현재 이 지검장이 하지만, 사실은 윤 총장과 한 검사장의 작품이라고 봐야 한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 어떤 방식으로든 두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뿐 아니라 이 지검장 역시 출구전략을 잡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지검장으로선 이 부회장과 한 검사장 모두 기소하고 싶겠지만, 심의위 결론을 두 번 연속 무시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검찰 스스로 도입한 제도를 무력화한다”는 비판에 시달릴 게 뻔하다. 이와 달리 어떤 사건은 권고를 존중하고, 어떤 사건은 권고를 뒤집는 결정을 내리면 자의적 검찰권 행사라는 비판을 당할 수 있다.

심의위 결정 이후 검찰 권력 넘버 1ㆍ2가 똑같이 딜레마에 처한 상황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심의위 제도 도입이 검찰의 발목을 잡은 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아무 견제도 없이 기소권을 행사하다, 외부 전문가들(심의위)이 수사팀과 엇갈린 의견을 내리는 ‘낯선 상황'을 처음 접하다 보니 합당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권에선 “심의위 제도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는 한 검사장에 대한 심의위 결론을 문제 삼으려는 ‘정치적 맥락’에서 제기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검찰 입맛대로 심의위 권고 수용 여부를 정하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최종 결론이 어떻든 심의위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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