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예상 못했던 타석 전환, 그리고 모두를 놀라게 했던 한 방이었다.
최지만(29ㆍ탬파베이)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토론토와의 홈경기에서 0-4로 끌려가던 6회말 대역전승의 물꼬를 튼 좌중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선두타자로 나가 상대 투 번째 좌완투수 앤서니 케이의 초구 145㎞ 짜리 포심패스트볼을 통타했다. 그의 시즌 1호 홈런이자 빅리그 통산 37번째 홈런은 그 동안 보던 좌타석에서가 아닌 우타석에서 나왔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빅리그 통산 860타석을 모두 좌타자로만 나갔던 최지만이 오른손 타석에 처음으로 나서 비거리 131m 짜리 홈런을 쳤다"며 "타구 속도는 177㎞로 올해 탬파베이 타자 중 가장 강력한 타구를 날렸다"고 소개했다.
최지만은 가볍지만 은밀하게 스위치히터로의 변신을 도모했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연습경기에서도 우타석에서 2루타를 치기도 했다. 이 때까지도 최지만은 "장난으로 쳐 본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고,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도 정규시즌에서 최지만이 우타자로 나서는 일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거들었다. 일종의 연막도 있었던 셈이다. 이날 최지만은 "우리 팀의 작은 비밀을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에겐 알리지 않고 혼자 간직하고 싶었으며 오늘 느낌이 매우 좋았다"고 했다. 캐시 감독은 "최지만에게 어느 한쪽으로 치라고 요구하지도, 설득하려 하지도 않았고 그저 최지만이 택하길 바랐다"며 "지난 5년간 하지 않던 양쪽 타격을 최지만이 해내 매우 인상적이다"라고 평했다. 최지만은 마이너리그 시절 우타자로 54타석 들어섰다. 그러나 2015년 이후 좌타자에 전념했다.
최지만은 '공식적으로 스위치타자로 뛰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 아마도"라고 답해 종종 우타자로로 나설 것을 암시했다. 팀 내 입지도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지난 시즌 데뷔 첫 풀타임을 소화하며 주축 선수로 성장한 최지만이지만 좌투수에 대한 약점은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았다. 그래서 우투수엔 좌타자를, 좌투수엔 우타자를 기용하는 '플래툰 시스템'의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토론토와 개막전에서도 류현진(토론토)이 선발로 나오자 벤치를 지켰다. 이제부턴 얘기가 달라진다. 최지만은 2-4로 추격하던 9회말 2사 만루에선 좌타석에 섰는데 3볼-1스트라이크에서 토론토가 왼손 브라이언 모란으로 투수를 교체하자 우타석으로 옮겨 볼을 골라 밀어내기 타점을 올렸다. 탬파베이는 이어 동점에 성공했고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6-5로 승리했다.
스위치타자는 한쪽에서만 치는 타자들보다 배 이상의 훈련을 소화해야 하고 자칫 장점마저 잃을 우려도 있어 최근엔 그 숫자가 줄어드는 추세다. 메이저리그에선 30~40명 정도의 스위치타자만 뛰고 있다. KBO리그에서도 2000년대 중반까지 10여 명의 스위치타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멜 로하스 주니어(KT)를 제외하곤 눈에 띄지 않는다. 스위치타자 출신의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스위치타자로 변신하려면 최소 5년 이상은 준비해야 하는데 최지만은 이미 5년 전에 우타석에서 쳐봤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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